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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2023.1.24] 전 교토대 원자로실험소 조교로서 원자력 철폐를 연구해온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 씨는 이렇게 말한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은 단순한 오염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원자력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에는 130톤의 '처리수', 정확히 말하면 '정화 처리는 했으나 주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남아있는 물'이 있다고 한다.
고이데 씨는 "아무리 깨끗이 걸러내려 해도 삼중수소는 제거할 수 없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로 오염된 물을 바다로 흘리겠다고 하는데 그건 안 될 말이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0년이다. 바다 심층으로 보내면 표층으로 나올 때까지 1000년 걸리기 때문에 가령 방출하더라도 심층으로 방출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반드시 바다(표층)로 흘려 보낼 것이다"고 고이데 씨는 단언한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원전의) 노심에서 꺼낸 사용후연료가 250톤이나 있는데 그 속에 들어있는 삼중수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없었더라면 정부와 도쿄전력은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青森県六ヶ所村)에서 (사용후연료를) 재처리할 예정이었다."
(*원자로에서 3~5년간 핵분열로 연소된 연료는 교체하게 되는데 이때 꺼낸 연료를 사용후연료라고 한다. 사용후연료에는 핵분열성 물질인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가 1% 가량 들어 있는데 이는 천연우라늄의 핵분열성 물질보다 더 많은 양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는 이를 재처리해 사용하기도 한다.)
"롯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삼중수소를 바다로 흘려 보낸다는 조건하에 인가를 받았다. 따라서 만약 오염수의 바다 방출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재처리 공장을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자민당 정권은 사용후연료 재처리를 포기할 수가 없다. 일본 원자력의 사활이 달린 문제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고이데 씨는 지적한다.
롯카쇼무라에는 일본의 '핵연료 사이클' 정책의 핵심 시설들이 집중돼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화학처리하여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공장'과 이를 섞어 연료로 만드는 'MOX연료공장'이다. 부지 내에는 일본 각지의 원전에서 반입된 사용후연료 3000톤이 보관돼 있으며 전국 각지의 원전에도 약 1만6000톤이 남아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는 전력회사 등의 출자로 설립된 일본 원연(日本原燃)이 담당한다. 그런데 1993년 착공 이래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당초 97년 완성을 목표로 삼았지만 잇따른 트러블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으로 '중단'된 상태이다.
(*롯카쇼재처리 공장은 93년에 착공하여 97년에 완성될 예정이었으나 스물다섯 번이나 완성이 연기되었다. 당초 약 7,600억엔으로 예상했던 건설비는 4배 이상인 3조 1천억엔으로 불어났고 런닝 코스트(운전비)와 폐지(廃止) 조치를 포함한 사업 총액은 약 14.4조엔에 달한다.)
일본원연은 지난해 말 완성 시기를 '2024년 이른 시기'로 재설정했다. 기시다 정권의 '원전으로의 회귀' 방침에 따라 각지의 원전이 재가동되면 롯카쇼무라의 사용후핵연료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르기 때문에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게다가 고이데 씨가 주목하는 문제는 일본이 보유한 46톤(2020년 현재)의 플루토늄이다. 나가사키형 핵폭탄 4000발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2013년 TV 프로그램 출연한 자민당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중의원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자력 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애초 원자력 잠수함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므로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는 원자력 정책과 핵 정책이 한 세트다. 그렇다고 일본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만들려고 하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1년 이내로 만들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억지력이 될 것이다."
작년말 기시다 정권은 새로운 타입의 '차세대 혁신로'를 증설할 것과 '리플레이스'(재건축)할 것을 방침으로 정했다. 차세대 혁신로로 거론되는 것은 ①혁신 경수로 ②출력 30만㎾ 이하 소형 경수로 ③고속로 ④고온 가스로 ⑤핵융합로이다.
고이데 씨는 이렇게 말한다. "핵융합로(인공태양)는 만들 수 없으며 설령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핵융합로의 연료는 삼중수소이다. 핵반응 여부를 불문하고 삼중수소 그 자체가 방사능 물질이기 때문에 그런 기술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것이다."
(*고이데 씨는 핵융합을 할 경우 삼중수소를 완벽하게 가둬야 하는데 아직은 100% 가둘 수 있는 기술이 없으므로 반드시 방사능이 새어나올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하여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에 심각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 날 발령된 '원자력 긴급사태 선언'은 지금도 해제할 수 없는 상태다. 사고 후 한때는 원자력으로부터 탈피(탈원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고이데 씨는 "사실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정권은 원전을 부활시키고 싶었겠지만 아무도 그 말을 못 했다. 그런데 기시다 총리가 '원전 회귀'라는 말을 해버렸다"고 지적한다.
원전 회귀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라는 점이다.
"원자력의 연료인 우라늄을 태워도 CO2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핵분열 생성물 즉 죽음의 재가 나온다. 핵분열 생성물은 방사성 물질이며 방사선은 미량이라도 생명체에 위험한 물질이다. 생명체에 필수 물질인 CO2는 나쁘고 생명체에 반드시 위험을 수반하는 죽음의 재가 깨끗하다는 주장은 처음부터 잘못된 생각"이라고 고이데 씨는 강조한다.
"원전도 기계이며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만일 사고가 터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원자력 종사자들은 아주 간단한 결론을 내렸다. 즉, 도시에 원전을 짓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전기 혜택은 도시가 누리고 위험은 과소지가 부담한다. 이런 불공평·불공정은 처음부터 인정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일단 사고가 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우리는 지금도 계속 경험하고 있다. 고이데 씨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대기중에 방출된 세슘 137의 양이 히로시마 원폭 168개 분량에 해당한다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보고했다고 한다.
"면적으로 말하면 약 1만4000평방 킬로미터의 대지를 '방사선관리구역'으로 지정할 정도로 오염됐다"고 고이데 씨는 설명한다. "본래 방사선관리구역이란 물도 음식도 금지되는 구역인데 이 방사능을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이 무서운 점이다."
(*방사선관리구역은 피폭의 우려가 있는 구역으로서 방사선량이 4만Bq/㎡=1평방미터당 4만 베크렐 이상이 될 우려가 있는 구역이다. 위 그림은 1평방미터당 방사선 오염도를 보여 준다.■300만 이상■100~300만■60~100만■30~60만■10~30만■6~10만)
"녹아내린 노심이 지금 어디에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지 12년이 지난 지금도 모른다. 노심을 꺼내는 일은 100년 지나도 못 한다. 대지를 오염시킨 방사능의 주성분은 세슘-137인데 반감기가 30년이므로 100년이 지나야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지적한다.
고이데 씨 프로필
원자핵공학 전문가. 평화적 이용을 위해 원자력을 배웠으나 1970년 미야기현(宮城県)에서 반원전 집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원자력 철폐를 목적으로 연구를 계속함. 교토대학 원자로실험소에 근무하면서 반원전을 관철하다 2015년 정년퇴직 이후 각지에서 강연활동을 하고 있음.
주요 저서는 '원전 사고는 끝나지 않았다'(매일신문출판), '후쿠시마 사고와 도쿄 올림픽'(径書房), '원전 제로'(幻冬舎 르네상스 신서) 등. 공저로는 '원자력 마을의 대죄'(KK 베스트셀러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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