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신문》곧 바이덴 대통령이 방일한다. 먼저 한국 서울을 방문하여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난 후이다.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일 간의 관계 개선은 미국의 동북아 정책 중에서도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이기도 하다. 이참에 필자는 한일 간의 쟁점 현안 가운데 '수출규제'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3년 전에 실시한 반도체 재료의 수출규제는 실패작이었다. 2019년 7월 경제산업성은 레지스트(감광재) 등 3종류의 반도체 재료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다. 겉으로는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기 때문에' 간소화했던 절차를 이전 상태로 되돌린다는 결정이었다.
당시 아베 신조 총리는 "강제징용 소송에 대해 대응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대항 조치"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또 "반도체 재료라는 500억엔 가량의 수출을 규제함으로써 15조엔 규모의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 타격을 주는 레버리지 높은 제재 수단"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직후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반한 감정'에 호소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한국 반도체 산업이 받은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퇴임연설에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인한 위기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수출규제에 효과가 없었다는 것보다도 한국에 도의적인 우위성을 부여한 사실을 더 부끄러워 해야 한다. 일본의 통상정책 역사상 흑역사로 기록될 만한 실패작이었다.
최근 '이코노믹 스테이츠 크래프트'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경제활동을 이용해 타국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뜻인데 대러시아 제재가 생각했던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복잡한 경제의 움직임을 단순한 정치적 의도에 따르게 만드는 데는 근본적으로 무리가 있다.
'경제적 수단으로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한다'는 발상 자체는 본래 일본에는 없었던 개념이다.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나 주요 7개국(G7)의 제재조치에 보조를 맞춘 적은 있어도 2개국 사이에서 경제적 외교술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일본은 '따돌림를 당할지언정 보복하지 않는 나라'였다. 자유무역체제야말로 일본의 핵심적 이익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경제안전보장에 있어서도 전수방위(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만 반격한다는 일본의 국방 원칙)를 고수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