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 미치요 칼럼】차별로부터 해방 "남북통일 바라기 전 동포사랑 연습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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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미국의 백인 경찰이 흑인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장시간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이런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도 경찰이 백인과 흑인을 차별 대우하고 흑인을 사살하거나 심한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시민이 휴대전화로 찍은 동영상이 공개되자 지금까지 인종차별로 억압돼 있던 감정들이 곳곳에서 폭발하여 시위와 폭동으로 번졌다. 미국의 기독교 정신이 붕괴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마냥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며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에도시대 때 '사(무사)농공상'이라는 신분제도가 생겼는데 그 밑에 에타(穢多)와 비인(非人)이 있었다. 특권계급인 무사와 조닌(町人)이라 불린 상인·장인, 그리고 백성(百姓)이라 불린 농민-어민-나무꾼 순의 신분제도였다. 에타와 비인들에게는 전혀 자유가 없었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들을 도맡았다. 당시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한 농민들을 우대하여 우월감을 갖게 한 것은 싼 품삯과 빈곤한 생활에 불평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내 밑에 에타와 비인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차별의식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메이지유신 이후로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명분 아래 모두가 '평민'이 되었다. 에타와 비인도 신평민이라 불렸다. 한일합방 이후로는 많은 조선인들이 지금까지 가장 미천한 계급이었던 에타와 비인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그들은 '조센징'이라 불리며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에도 신분제도가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왕족과 귀족 아래 양반(문반, 무반)-중인-상민-천민이 있었다. 지배계급인 양반은 '과거'를 통해 출세하고 지주가 될 수도 있었다. 중인은 의학·천문학·외국어·법률 등 교육을 받고 과거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졌다. 상민은 서민계급으로 농공상에 종사하고 배우는 일은 금지되었다. 천민은 노비계급으로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매매나 재산상속의 대상으로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모두 양반을 부러워했으며 조선 말기에는 양반을 돈으로 살 수 있어 돈 많은 사람은 양반 행세를 했다. 그만큼 양반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일제시대에는 신분제도가 없어졌다. '신민(臣民)'으로서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똑같이 '조센징'이 된 것이다. 짐작컨데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으리라. 큰 자부심을 갖고 있던 조선인들에게 있어서 그게 얼마나 큰 굴욕이었을까? 그런 굴욕을 딛고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을 때는 "더이상 누구한테도 차별받지 않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더이상 그런 굴욕은 맛보고 싶지 않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동족끼리 차별을 하고 있다. 해방후 일본에서 귀국한 조선인들은 차별을 받았다. 지금도 같은 민족이면서 재일동포는 차별을 받고 있다. 그리고 '조선족' '연변사람'이라고 불리는 재중한국인들에 대한 차별은 더 심해 한국에서는 마치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면 탈북자는 어떨까. 연변사람한테도 차별을 받고 한국으로 도망쳐와도 차별을 받는다. 지난날 그렇게 차별을 받으며 원망했건만 그 한을 동족에게 풀려고 한다.

이런 차별의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남을 자신보다 낮게 보고 우월감에 젖어 우쭐대는 걸까.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아래에 둠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것일까. 또한 자기 민족의 우월성을 주장하려는 것일까. 만약 남북통일이 이루어지고 나면 그때는 북녘 동포를 차별할 것인가. 서로 북쪽 출신이라느니 남쪽 출신이라느니 차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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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을 바라기 전에 탈북자를 차별하고 북녘 동포를 차별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자기자신을 먼저 뒤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타인을 업신여기는 생각은 인간의 본심도 양심도 아니다. 남북통일을 외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차별의식을 없애기 위해 동포를 사랑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웃에 사는 '새터민'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사랑할 때 비로소 남북통일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형제'라며 서로 얼싸안을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한국이 기독교 국가인가?라고 놀랬던 적이 있다. 놀라울 정도로 교회와 성당의 수가 많다. 얼마 전 그리스도의 성탄절을 맞이했다. 기독교 신자들은 외친다. "예수 믿으세요. 예수 믿으면 천국 갑니다." 과연 그럴까? 예수를 믿기 전에 먼저 자기 스스로가 사심(불교에서 말하는 번뇌)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국이 가까웠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렇게 할 때 비로소 하나님의 나라(차별없는 평화로운 나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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