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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0일 도쿄에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신년회가 열렸다. 매년 주일본한국대사를 비롯해 한일의원연맹,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들과 일본의 각 당 의원들이 참가하는 큰 행사이다. 올해는 단원을 포함해 약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한 나로서는 한일 양국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참석한 모습에 새삼 민단의 엄청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각 단체 대표들과 의원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많은 분들이 "올해는 한일 관계, 우호 관계가 개선의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밝은 미래를 기대한다"라고 언급했다.
정말 그렇게 되길 바란다. 가장 많은 공격을 받고 가장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은 민단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한국 내에서 친일파가 공격을 받아 쓰러질 정도라면 일본 내 재일조선인들은 더더욱 혹독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본 내에서는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로 수없이 공격을 받고 있다. 그것도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재일조선인'이라 불리며 걸어온 75년에 걸친 박해의 가시밭길이었다. 아직도 그 같은 차별·박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설상가상으로 한일 관계마저 냉각되고 있다. 만일 한일 관계가 개선되었다면 헤이트 스피치 문제는 개선될까. 차별이나 박해는 없어지게 될 것인가.
의원들도 인사 가운데 "혐오발언을 금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반일·혐일 감정에 대한 보도는 자주 하나 일본의 '혐오발언'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민단이야말로 '한국과 일본의 가교'이며 양국 관계를 잇는 요체라고 여긴다면 '혐오발언' 문제부터 개선하고 볼 일이다.
이날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한일 양국이 서로 상대국이 바뀌기만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현재 일본에서 '혐오발언'이 재일동포들에게 큰 문제로 부각되어 고통을 주고 있다면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순서가 아니겠는가. 상대국이 바뀌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상대를 받아들이고 다가서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민족주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민족주의'란 무엇일까.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일본인은 일본인이라고 주장하고 한국인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고 조선인은 조선인이라고 주장한다. 자국을 자랑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배타적인 '민족주의'! 한 나라 안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까.
2020년, 세계가 주목하는 도쿄올림픽을 목전에 둔 일본은 이제 크게 변할 때를 맞이했다. 이를 위해서라도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민단의 활약이 대단히 중요하다. 앞으로 일본과 한국이 어떻게 접근해 갈 지는 알 수 없으나 양국이 서로 가까이 다가가 신뢰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자세에서 희망을 느껴본다.
이날 행사장에서 노다 세이코 자민당 중의원의원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한일여성친선협회에 관해 말을 꺼냈다. 이전 노다 의원이 일한여성친선협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나 또한 한일여성친선협회와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얘기하던 중 노다 의원로부터 "다시 일한여성친선협회 회장을 맡게 되었다"라는 말을 듣고 큰 희망을 느꼈다.
지난해 한일여성친선협회 이요식 회장은 양국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 처하자 실망한 나머지 회장직 사임과 협회 해산까지도 언급했다. 되도록 빨리 이 소식을 회장님에게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랬다. 작년에 "기다려 주십시오. 조금만 더 애쓰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들이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들이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이요식 회장님의 손을 꼭 잡고 약속한 말이 하늘에 상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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