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와세다대학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아이들의 학교' 상영이 끝난 뒤 고찬유 감독을 둘러싼 모임에서 감상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시아뉴스 김금산입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재한일본인회 '라일락' 고문역도 맡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에서 조선학교와 조선적 사람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일본 사람들이 북조선이나 조총련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 또한 지금까지 북조선과 조총련을 멀게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런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을 통해 조선학교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관객들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 친밀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달 한국에서도 일본인 여성들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상영회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조선학교의 사정을 알게 되었다." "자신들의 정체성과 한글을 지켜온 용기에 감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길 희망한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이렇게 대부분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오는 2월 27일 '다큐인사이트'라는 KBS 프로그램에서 55분간 '아이들의 학교'가 방송된다는 소식에 모두들 대단히 기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선학교의 입장을 일본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널리 홍보하는 전략은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일본 정부를 상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일본 국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본에는 조선적 사람들이 3만명 정도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 분들을 대단히 존경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민단도 같은 사정이지만 조총련에서도 매년 많은 분들이 일본으로 귀화하는 현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고자 애쓰시는 여러분들의 정신을 존중해 마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조선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별로 득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치마저고리를 입고 민족 정체성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 사람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여러분들이 저보다 훨씬 더 한민족의 전통, 조선민족의 전통을 사랑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만일 제가 여러분들 입장에 서 있다고 한다면 과연 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하고 자문해보면 여러분들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응원해 드리고 싶습니다.
Asia News 기자 야마시타 미치요입니다. 재한일본인회 'Lilac'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 놓고 볼 때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취지에서 일본인으로서 지금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지난 역사는 어떻게 책임질까, 미래는 어떻게 책임질까 등등을 고민하며 살아왔습니다.
오늘 '아이들의 학교'를 보면서 느낀 것은 예전에 제 아들이 민단계 학교인 백두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재일동포들이 자신의 민족성을 지키려는 학교 분위기는 익히 알고 있는 것이지만, 민단계 학교와 조총련계 학교 사이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것을 더욱 강하게 느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일본인으로서 일본에 대한 분노입니다. 자신들이 이 민족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에 대한 분노입니다. 그런 가운데 만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그런 일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도와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수업료 무상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그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일본에서 살아가면 좋은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은지, 그런 것까지도 책임지고 생각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우리들은 아직 너무 부족한 모습이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색하는 단계에 있지만, 진정 일본인으로서 일본에서 할 수 있는 일이나 일본인으로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 돕고 싶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이 영화를 응원해 주실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북조선은 한 동포이면서도 이데올로기 때문에 갈라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포이기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에게는 같은 민족이라는 동포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본인들도 그들의 동포에 대한 사랑을 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그들과 같은 동포애를 공유하면서 그 지평을 더욱 더 넓혀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