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핀 노(老)맨스 "그대를 사랑합니다" 2/2일까지 서경대 공연예술센터서 공연

PicsArt_01-18-05.06.42.jpg1일 15일 취임한 'UN세계고아의 날' 추진위 이순재 총재가 한·일 다문화가정을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취임 기념으로 특별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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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백은 무엇일까? 아마도 '당신을 사랑합니다'일 것이다. 작년 11월 22일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에서 개막된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년의 사랑을 다룬 흔치않은 이야기이다.

무대 위에 주인공들은 모두 칠십이 넘은 노인들이다. 작품 속 인물들이 그러하고 배우들의 나이도 그러하다. 이들이 사는 동네도 인물들의 나이만큼이나 낡은 주택이 많은 오래된 동네이다.

그러나 노인이 아니라 사랑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20〜30대의 감성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노인들을 주인공으로 부모 세대의 삶과 사랑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눈 내리는 어스름한 새벽, 자신의 삶 만큼이나 오래된 오토바이를 타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유배달을 나서는 김만석은 작은 리어카를 끌고 달동네를 돌며 폐지를 줍는 송씨를 만난다. 그러나 만석은 송씨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정함이라곤 전혀없는 쌀쌀한 만석이지만 매일 만나는 송씨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입으로 거칠게 내뱉는 호통과는 달리 마주칠 때마다 건네주는 우유는 그런 그의 감정을 대변한다. 송씨의 리어카를 잡아주기도 하고 주워온 폐지를 몰래 리어카에 밀어넣기도 한다.

송씨 역시 이 같은 만석의 관심이 마냥 싫지만은 않다. 처음엔 괴팍한 노인네로만 알았지만 그의 행동 속에 담겨진 그 무언가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 그렇게 노년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다.

만석은 평생을 이름없이 살아온 송씨가 참 이쁘다며 '송이뿐'이란 이름도 지어 주고 주민등록증 발급도 도와준다. 이름 하나 생긴 것뿐인데, 길가에 나뒹구는 돌멩이만도 못한 존재였다가 뭔가 쓸모있는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는 이뿐이의 고백은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노인들의 마음을 표현한다.

글을 모르는 이뿐이를 위해 그림으로 쪽지를 보내는 만석의 사랑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만석은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줍게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한다. 이렇게 낡은 몸과 바싹 마른 가슴 속에서도 사랑은 싹을 틔워 낸다.

여기에 같은 마을에서 치매인 아내 조순이를 돌보기 위해 주차관리소에서 일하는 장군봉의 이야기가 겹친다. 군봉의 눈에는 치매인 아내가 아이 같이 순진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어느날 집을 나간 조순이를 송씨가 찾아주고 만석이 그녀를 돌봐주면서 서로 인연을 맺게 된다. 군봉은 폐지를 담은 손수레를 보관해 주며 송씨와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만석은 잠시나마 그 둘 사이를 오해하기도 한다.

군봉은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자신의 아내 조순이가 유일한 생의 낙이다. 늘 혼자 낡은 집에 남아 있는 아내는 오매불망 남편만을 기다린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군봉은 하루종일 심심했을 아내를 위해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군봉은 병든 아내이지만 아내가 없는 삶을 살아낼 자신이 없다. 아내가 죽고 나면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그의 독백은 고독과 외로움이 노인들에게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것인지를 잘 말해 준다.

이렇게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누구나 거쳐가야 할 노년의 삶과 사랑을 통해 코끝 찡한 감동을 전해준다. 노년의 로맨스에서도 나름대로 알콩달콩한 묘미가 있다. 그리고 내공 가득한 배우들의 연기가 이를 한층 더 흥미롭게 엮어낸다.

대한민국 최고의 웹툰작가 강풀의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원작으로 만든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지난 2008년 4월 초연돼 지금까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왔다.

배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수십년의 연기 내공을 지닌 대한민국의 명품 배우들이 출연해 농밀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인구 노령화에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실버 세대를 대표하는 이순재와 박인환이 김만석 역을 맡고, 송씨 역은 손숙과와 정영숙 씨가 맡는다. 또 장군봉 역은 이문수와 신철진이, 조순이 역은 연운경과 박혜진이 맡았다.

무대와 연출 역시 흥미롭다. 김만석과 송씨가 데이트를 하며 사랑을 확인하는 달동네 꼭대기는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의 마지막 장소를 상징한다. 또한 멀티 역을 맡은 배우가 직접 소품을 옮기며 자연스러운 무대 세팅을 통해 장면 전환에 따른 시간 공백을 최소화 해준다.

노인을 이 세상 최고의 로맨티스트들로 만들어 주는 한마디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더불어 출발하는 2020년 새해, 행복 바이러스가 세상을 가득 채운다!

【공연 개요】

■공연일정 👉2019.11.22 ~ 2020.02.02
■공연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1관
■공연정보 👉인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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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하카마타 레이코

공연 내내 감동해서 울고 슬퍼서 울고 웃으면서도 울었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데 누구나 맞이하는 그 순간에 후회하지 않도록 가까이 있는 사람을 열심히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왔는데 둘 다 많은 감동을 받았고 더 사이 좋게 집으로 향했습니다.

출연 배우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이었으며 너무나 멋진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셨습니다. 깊이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