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 미치요 칼럼】제54회 전국여성대회, 40개 단체 2000여명 "여성은 여성으로서 빛을 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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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54회 전국여성대회가 열렸다. 매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리는 이 대회는 전국의 여성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시되고 있다. 이 날은 전국에서 2000여명의 여성 지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약 40여개 단체장들이 단체기를 들고 등단했다. 한국 여성들의 막강한 파워에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다.

올해는 '함께 걸어온 여성운동, 함께 걷는 여성운동 60년'이란 주제 하에 축사와 공연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응원하고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공연은 '여성 의원 비율 30%, 강제적으로라도 30%로 만드는 법을 제정하자"라는 내용이었다.

'아니 50%, 그 이상으로 ...'라는 주장도 있었다. 남녀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굳이 30% 이상이라는 비율을 정하지 않더라도 능력 있고 적합한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성이 많다든가 여성이 많다든가 굳이 따질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어느 쪽이 몇 %이든 그건 단지 결과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이 정도로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열망이 강한지 미처 몰랐다.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한국 사회에 대한 내 지식이 너무나 부족하다. (아직 한국 생활이 5년밖에 안 된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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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여성대회에 이낙연 총리가 축사하러 온 것이다. 이 총리는 최근 일본을 방문하여 아베 총리와 회담하기도 했다. 이 날 대회가 끝나고 퇴장할 때 이 총리는 한일여성친선협회 이요식 회장과 악수하면서 잠시 말을 주고 받았다. 이때다 싶어 나는 이요식 회장과 더불어 이낙연 총리에게 악수를 청했다.

"일본에서 왔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이 총리는 "일본? 어디서?"라고 물었다. "오사카에서 왔습니다"라고 하자, 한일여성친선협회의 이요식 회장이 "우리 회원입니다"라고 거들었다. 도쿄에서 온 사람도 "이 언니는 도코에서 왔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짧은 대화였지만 한일 간 친교가 이루어진 느낌이었다. 설마 이런 한국 여성대회에 일본인이 참가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일본인의 한국 사랑'으로 호의적에게 받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나중에 여쭈어보니 이요식 회장이 이낙연 총리에게 "언제 일본에서 돌아왔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총리는 "방금 돌아왔다. 조금은 일본과 긍정적인 관계가 될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한일 관계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이요식 회장도 상당히 마음 아파하며 전전긍긍해 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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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나는 최근 개최된 한일·일한여성친선협회 42주년 기념 총회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얘기를 꺼냈다. 총회 때 이 회장님이 별로 기운이 별로 없어 보였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장으로 남아 주십시오"라고 부탁드리자, 회장님은 떫떨음한 표정을 지으며 "한일 관계가 정말 힘드네요"라고 대답했다. 총회에서도 일본측 참가자들이 너무 적어 협회 이사들이 상당히 동요했다며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사정을 토로했다.

나는 회장님 손을 잡고 "기다려 주십시오. 조금만 더 애쓰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들이 노력하겠습니다. 저희들이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오늘날 민간 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를 '국민외교 원년'으로 정하고 국민외교센터를 설치해 '국민외교 국회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지금처럼 국가 간 외교가 어려운 때일수록 민간 차원의 외교친선 활동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볼 때 지난 40여년 세월 동안 풍상을 겪으며 한일친선을 위해 애써오신 여성친선협회의 힘은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0월 25일 한일여성연합총회 때 이요식 회장이 "남성들이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일수록 여성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받쳐주며 노력합시다"라고 언급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국가 간 외교는 남성들만의 일이 아니라 배후에서 뒷받침해 주는 여성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일본에서도 여성의 사회적 가치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작가가 쓴 '82년생 김지영'이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오늘 공연처럼 정치인이나 의원으로 활약하는 여성도 필요하지만 이를 배후에서 받쳐주는 여성 특유의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여겨진다. 밖에서든 안에서든 여성은 여성으로서 빛을 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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