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 미치요 칼럼】메시아를 갈망하는 한국 "이 민족을 참 자유와 정도의 길로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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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쌀쌀한 바람이 깊어가는 가을을 느끼게 했다. 가로수들은 이미 울긋불긋 단풍에 물들기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집회 참가자들도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실은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도 겨울에 열렸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후로 벌써 4번째 '검찰개혁'을 외치는 시위집회에 참석해 보았다. 그런데 이 데모 집회에는 어느새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데모 집회가 문화제로 둔갑한 것이다.

그냥 단순한 데모 집회는 아니었다. 역 주변 편의점들은 LED 촛불을 팔고 있었고, 집회 현장으로 가는 길거리에서도 촛불 가게, 포장마차, 캐릭터 트레이너, 방한용 담요, 깔개 등을 파는 문화제가 한창이었다. 집회 현장에는 사진촬영용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까지 설치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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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에서 여의도 공원까지 걸어가는 동안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여의도 공원 앞대로는 이미 사람, 사람,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끝없이 늘어나는 인파들. '친일파 사랑하자' '조선일보 기자 사랑하자'라는 함성도 들려왔다.

무대 위에서는 노래와 함께 검찰에게 맺힌 한맺힌 사연과 경험담 등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리는 왠지 '내 외침이 하늘에 닿지 않는다 ···'라고 부르짖는 것 같았고, 마치 뜻을 이루지 못한 혁명가들의 외침처럼 마냥 구슬프게 들려왔다.

피켓에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하라' '응답하라 국회' '내란 음모, 계엄령 특검' '기레기 OUT'('기레기'는 기자+쓰레기의 속어) 등의 구호가 쓰여 있었는데, 매번 플래카드도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었다.

10월 26일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 날이기도 하다. 1909년 10월 26일은 안중근 의사가 전 한국통감 이토 히로부미 공작을 하얼빈에서 암살한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날 무대 위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생애'라는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집회의 취지는 본래 '검찰개혁'이었지 않은가. 이건 본래의 취지와 전혀 다르지 않은가? 만일 이대로 간다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상교육이 흘러가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물론 한국인에게 안중근은 영웅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반일감정을 부추긴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혁명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불안을 느꼈다.

과연 앞으로 누가 이 격렬한 투쟁을 수습할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 싸움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과연 이 격렬한 투쟁을 수습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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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와 노란 풍선을 가진 사람들 무리 속을 달려 보았다. 마치 3·1독립만세 운동의 한장면을 연상케 했다. 당시 '독립만세'를 외쳤던 사람들은 바로 이런 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하나님, 이 민족을 참 자유와 정도의 길로 인도하소서"라고 염원해 보았다.

이 날 여의도 공원 반대편에 위치하는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보수파 측 집회도 열리고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공수처 반대' '문재인 탄핵' '국회해산'이라는 함성이 들려왔다. 이 집회에는 연로하신 분들이 많았고 촛불집회에 비하면 그 규모도 훨씬 작았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이 날이 바로 박정희 대통령 추모의 날이었기에, 박 대통령의 공적을 찬양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는 연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10·26사태란 1979년에 일어난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을 말한다. 뭔가 묘한 인연을 느끼면서 이대로 간다면 필시 내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람들은 왜 과거의 영웅들을 들고 나와 찬양하는 것일까. 마치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동안 역사 속에서 많은 희생이 치루어졌다. 그리고 많은 영웅들이 출현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분들의 활약을 찬양할지언정 과거에 너무 집착할 필요까지는 없다. 우리는 항상 새로운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주인공은 바로 우리들이다. 앞을 향해 모두 전진하자. 화합하여 함께 전진하자"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나는 인파를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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