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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한일·일한여성친선협회 창립 42주년 기념식이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매년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개최되었던 것이 올해는 한국 주최로 열렸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가 성립된 이후, 1976년 역사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일 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민간 차원에서 여성들이 앞장서 양국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자 설립된 것이 한일·일한여성친선협회였다.
그런데 지금 한일 관계는 그 당시보다 훨씬 더 경색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런 외중에서도 이렇게 우호·자매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자 몸부림치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한국에서는 친일파에 대한 비판이 너무 거센 나머지 친일파를 완전히 때려잡을 기세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처럼 일본을 사랑하며 서로 사이좋게 지내려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인가. 눈에 보이지는 않을지 모르나 이 같은 우정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양국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고 지금도 지탱되고 있는 것이리라.
일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실감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한국 내 친일파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은 정말 매섭다. 그런 사실을 감안할 때 한국 측의 이요식 회장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들이 우리 일본인들을 부드러운 미소로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눈물겨웠다. 만일 이 단체가 없었더라면 양국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과연 누가 한일우호 관계를 이끌어갈 수 있단 말인가.
그동안 협회는 양국 간 친선교류 활동으로서 한일양국 아동작품교류전시회와 한일학생교류회 등 상호 방문을 통한 문화교류와 토론회를 개최하여 차세대를 이끌어갈 청년 육성에 애써왔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40회나 지속돼온 한일양국 아동작품교류회가 올해로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이요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 모임(한일여성친선협회)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이사들 대부분이 고령자라는 사실을 놓고 보면 일면 수긍되는 면도 없지 않다. 지난 42년 동안 청년 육성을 위해 물심 양면으로 애써왔는데, 협회를 맡아 일하겠다는 청년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그만큼 한일 교류가 어렵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만찬회 때 가장 연장자인 김영은 이사는 "머리는 이렇게 백발이 성성하지만 우리는 활동을 통해 큰 보람을 느끼며 산다"며 아주 매력적인 미소로 향후 협회의 발전을 기원하는 건배 제의를 했다. 가슴에 와닿는 말과 미소에 절로 가슴이 뭉클해졌다.
축하 행사로 열린 한일합창단의 노래는 잘 어우러진 하모니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합창단원 중에는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여성도 있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으며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정말 하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지휘자인 김정령 여사는 '바람이 실어오는 것'을 노래한 후 일본인 내빈에게 "이 곡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런 다음 "이 곡은 하나님을 노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여사의 말에 진한 감동을 느꼈고, 이 곡을 선곡해 주신 분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당신 곁에는 항상 하나님이 계신다"라고 말해 주는 노래이다.
이번 행사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예전에 비해 이요식 회장님이 힘이 좀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평소 주변에서 느껴지는 친일파에 대한 강한 비판 여론 때문인가. 아니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개선되지 않는 한일 관계를 보며 탄식하는 것은 아닐까. 협회의 뜻을 이어받아 이끌어 가겠다는 젊은 리더가 없어서인가. 회원들 대부분이 고령화되고 운영 상황도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끝으로 나는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시집온 일본인으로서 "믿고 맡겨 주십시오. 이젠 저희들이 나서겠습니다. 한일 관계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우정 이상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아가겠습니다"라고 마음속에서 외쳐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