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들이 지구 온난화 대책을 논의하는 '기후행동서밋'이 23일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유럽 각국과 중국, 인도 등 60개국이 순차적으로 등단하여 상향조정된 온실가스 배출 삭감 목표 등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깜짝 등장 !
당초 참석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장소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펜스 부통령 등과 함께 회담장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을 방청했다. 미국이 기후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잠깐이라도 얼굴을 내밀어 비판을 모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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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거의 같은 시간대에 유엔본부에서 종교 자유 회의를 주최하여 '기후행동서밋'에 불참하는 '구실'로 삼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인위적 요인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회의적이었고 파리기후협정에서 이탈을 표명한 트럼프는 중국인이 퍼트린 '날조'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트럼프는 '기후행동서밋'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기후변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증거로 휴스턴의 수해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22일 백악관을 나서면서 "이번 홍수는 내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고, 기후변화, 모든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개회식에서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의 시위를 주동하고 있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젊은이들은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래 세대의 모든 눈이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 만약 배신하는 쪽을 선택한다면 당신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툰베리가 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환경문제를 테마로 한 지역신문 작문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11살 때에는 환경문제에 몰두한 나머지 식음을 전폐하고 학교에도 가지 않고 사람과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체중이 두달 새 10키로 이하로 떨어져 입원 직전까지 쇠약해졌다고 한다.
그녀가 일약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폴란드에서 열린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다. 각국 정치인과 관료들 앞에서 "당신들은 당신의 자녀를 그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아이들의 눈앞에 있는 미래를 빼앗고 있다"며 날카롭게 질책하자 회장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때 젊은이들이 수업을 보이콧하고 '총기 폭력은 더이상 안 된다'며 총기규제 강화를 호소하는 데모에서 힌트를 얻은 그녀는 등교를 거부하고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렇게 혼자서 시작된 운동은 모국인 스웨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공감하는 사람들이 속속 늘어났다. 올해 1월에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대기업 간부들 앞에서 "여러분이 패닉에 빠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집에 불이 난 것처럼 행동하길 바랍니다"며 위기감을 호소했다.
또한 "우리가 실패하면 인류의 성취와 발전은 수포로 돌아간다. 오늘날의 정치 유산은 인류 역사상 대실패가 될 것이며, 그들(정치인)은 최악의 악당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들이 (과학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행동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라가르드 총재는 "툰베리와 같은 젊은이들이 세계에 있기에 미래에 희망을 느낄 수 있다"고 트위터에 썼다.
그레타를 대통령으로 !
올해 들어 툰베리에 공감하는 움직임이 유럽 각지에서 크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20일에는 세계 도처에서 등교를 거부하는 '학교파업'(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실시되어 총 137개국 5000군데에서 파업이 진행됐다. 일본에서도 23개 지역에서 약 5000명이 가두행진을 벌였다. 그들은 '그레타를 대통령으로'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모든 것은 그레타 한 사람으로 시작됐다. 놀라운 용기와 행동력이다. 존경한다"고 외쳤다.
툰베리는 "당신들이 변혁을 일으키는 데 너무 작은 존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구하려 한다"고 호소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악당 중 한 명으로 간주될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유엔 '기후행동서밋'에 참석하기 위해 그녀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 요트로 대서양을 횡단했다. 청소년 대표로 등단한 그녀는 각국 정상들 앞에게 돈에 눈이 멀어 지구 온난화 대책에 비협조적이고 젊은이들의 미래를 빼앗는다며 "미래 세대의 모든 눈이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어른들을 꾸짖었다.
그녀의 호소에 대해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후대책을 위해 14년 대비 2배인 40억 유로(약 4700억원)를 투입할 것을 표명하고 2030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마크론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목표를 제시했다. 영국과 유럽연합, 칠레 등은 2050년 실질 배출 제로를 선언했다.
그동안 젊은이들의 국제적인 환경운동을 주동한 툰베리는 'Fryshuset scholarship of the Young Role Model of the Year' '2018년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아동 25명' '가장 중요한 여성' 'Special Climate Protection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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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베리 유엔연설 전문
"난 지금 여기 단상이 아니라 바다 건너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우리 젊은이한테서 희망을 찾으려 여기 모였습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당신들은 빈말들로 내 어린 시절의 꿈을 빼앗았습니다. 그나마 저는 행운아 중 한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으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멸종(大滅種)의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들은 돈타령만 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란 꾸며낸 얘기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래도 되는 겁니까? 지난 30년 동안 과학이 (기후변화에 대해) 명백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실들은 외면하고 필요한 정책이나 해결책도 없는데, 여기 앉아 감히 해야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은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위급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너무 화나고 슬프지만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들이 정말로 상황을 이해하고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신들이 사악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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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년 내에 절반으로 줄인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있지만,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50%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제어능력을 벗어나 돌이킬 수 없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50%란 숫자가 괜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티핑 포인트(급격히 기후변동이 일어나는 전환점)와 피드백 루프(변화가 변화를 부르는 상승효과), 유독한 대기오염에 따른 잠재된 온난화, 그리고 공평성과 기후정의와 등의 요소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이 숫자는 우리들 세대가 지금은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로 수 천 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숫자입니다. 우리들은 결코 50% 위험성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시산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 상승이 1.5℃ 이하로 억제될 확률은 67%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18년 1월 기준으로 남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20기가 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숫자가 이미 350기가 톤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확률도 떨어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도한 방식이나 몇가지 기술적인 해결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습니까? 지금의 배출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8년 반 이내에 탄소 예산(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의 상한)을 초과하게 됩니다.
오늘날 이 수치에 대한 해결방안이나 계획은 전혀 세워져 있지 않습니다. 당신들로서는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어려운 수치일 뿐만 아니라, 그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할 만큼 아직 성숙한 어른도 아닙니다.
당신들은 우리들을 배신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고 앞으로 미래 세대의 모든 눈들이 당신들을 지켜볼 것입니다. 만약 당신들이 배신하는 쪽을 선택한다면 "당신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지금 이 순간부터 선을 긋겠습니다. 여기서 더이상 도망칠 길은 없습니다. 세계는 각성하기 시작했고 변화는 찾아오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