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 '극한환경미생물', 후쿠시마 방사능 해결해 줄 인류의 축복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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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0억년 전에 탄생한 행성 지구! 그로부터 10억년 뒤 DNA를 갖지 않은 생명체가 나타나고 그 후 DNA 구조를 갖춘 미생물들(화학광합성 세균, 광합성 세균 등)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지구 생물계의 원점이며 지금까지 40억년 동안 생존해온 생물의 근원이기도 하다.

당시 지구의 대기는 600℃! 산소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고 대기 속에는 전자, 열 에너지, 방사선, Y선, X선 등이 난무하고 있었다. 육지에는 광물 같은 무기물만 있었고 유기물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바다는 고농도 황산 같은 오염물질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미생물들은 맹독성 방사능을 '먹이' 삼아 섭취·배설하며 유기물로 전환시킴으로써 오늘날 생명이 충만한 녹색 환경을 창조했던 것이다. 미생물들은 쓰레기를 분해하고 독소를 정화하고 지구 환경을 지키는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방사선은 인간에게는 해롭지만 미생물에게는 무해할 뿐더러 오히려 유익한 것이었다. 지구가 생성된 초기의 가혹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은 미생물들이 오늘날에도 발견되고 있는데 이들을 통칭하여 '극한환경미생물'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내방사선 미생물은 대략 20여 종에 이른다.

그 중 방사선 내성이 가장 강한 미생물인 '다이노코쿠스 라디오듀런스'(Deinococcus Radiodurans=방사선을 견디는 놈)는 17,000그레이(Gy=방사선 피폭량의 단위, 1그레이=0.8시벨트)의 방사선에도 견딜 수 있고 60Gy/h의 지속적인 방사선 조사 환경에서도 번식한다.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에서 발생한 방사선의 세기는 10Gy 정도였다.

이 미생물은 남극이나 북극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기에 가장 강력한 미생물로 불리는데,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역의 생태계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 미생물들을 우주선에 실어 우주 공간의 진공, 강한 태양광, 고방사선 등의 환경에서도 살아남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노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이 미생물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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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후 원자탄을 제조했던 미국의 물리학자들은 한결같이 피폭지는 70년〜150년 동안 식물이 일체 서식할 수 없는 불모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불과 반년 만에 잡초가 자라났고 이듬해에는 야채·쌀·과일이 재배됐다. 그리고 1년 후에는 방사능 수치가 급감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런 결과는 토양 속의 항방사능 미생물들의 작용에 의해 방사성 물질이 점차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로 인해 자연으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체르노빌의 500분의 1로 추정되고 있다. 원래 소량의 핵 물질을 급격히 반응시켜 단번에 파괴력을 얻는 원폭은 순간적으로 방출되는 방사선이 강력한데 비해, 우라늄·플루토늄에서 나오는 각종 방사성 물질은 그리 많은 양이 아니다.

그러나 대량의 핵연료를 장시간 반응시켜 거대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소는 원래 핵 연료의 찌꺼기가 많이 발생하고, 사고시는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된다. 따라서 방사능 오염 정도로 말하자면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폭에 비할 바가 아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주변의 동식물은 완전히 괘멸됐으나, 그로부터 30년 후 놀랍게도 유해한 방사선을 먹고 자라는 검은색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

놀랍게도 이 미생물들은 햇빛이 아니라 감마선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반적인 감마선 세기보다 500배나 센 감마선을 쪼이자 성장속도가 오히려 증가하는 것이었다. 이 미생물에서는 멜라민 분자가 식물의 엽록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치 식물이 엽록소를 이용해 태양광을 흡수하는 것처럼 멜라닌을 이용해 방사선을 흡수하여 성장에너지를 만들고 있었다.

다이노코쿠스 라디오듀런스가 어떻게 방사선에 견디는지 살펴본 결과, 파괴된 DNA 이중나선을 24시간 이내에 완벽하게 수리할 정도로 복원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미생물들과 달리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DNA 수리 유전자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손상 부위를 복구하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다른 생물체보다 300배나 많은 망간(Mn) 금속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이 단백질 손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 결과 사람의 위에서도 이와 동일한 계열의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2010년에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내방사선 특성을 지닌 진균과 방선균이 발견되었다. 보통 세균은 2,000~5,000그레이의 방사선에 사멸하는 데 비해, 이 미생물은 1만~3만그레이에서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사람은 5그레이에서 1시간밖에 생존할 수 없다.

같은 해 한국 원자력연구소는 지하 깊은 곳에서 높은 수준의 핵 폐기물의 방사능을 억제하는 미생물을 대량으로 발견했다. 스와넬라(Shewanella) 등 약 20여 종의 미생물이 방사성 우라늄, 크롬, 테크니슘 등의 방사성 물질을 보다 안정된 금속 형태로 환원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사례로서는 2014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연구진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지하에 오랜 시간 방치됐던 알칼리성 석회 가마의 토양에서 극한 환경에서만 증식하는 '극한환경미생물'이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미생물 생태학의 종합 전문지 'ISME 저널'은 극미세 단세포 박테리아가 폐기물을 먹어치워 영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끝없이 늘어나는 핵폐기물 처리에 한몫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맨체스터 대학 지구대기환경과학과 조나단 로이드 교수는 "우리는 이 박테리아의 흥미로운 섭취습관이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방사선폐기물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며 "이후에는 더욱 극한 환경에서의 실험을 통해 해당 박테리아가 버텨낼 수 있는 한계치가 얼마인지, 지구상의 핵폐기물을 처리해내기 위한 실질적인 분해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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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일본인회 '라일락' 한일합동위령제, 히로시마(8/19)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일본에게 희소식인 것만은 분명하다. 원자력 발전은 다른 발전에 비해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산성비나 광화학 스모그 등 대기오염의 원인인 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단점도 커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한 발전 방법이기도 하다.

현재 일본의 JAXA에서 실험 중인 해바라기를 심어 세슘을 흡수시키는 방법이나 프랑스에서 시도하고 있는 고방사능 액체폐기물을 유리 형태로 저장하는 방법 등 전 세계적으로 핵폐기물 처리방법이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만일 박테리아가 핵폐기물을 먹어 처리할 수 있다면 정말 획기적인 발견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주류를 자처하는 과학자들은 '이론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이같은 대부분의 현상들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본래 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눈앞의 자연 현상에 동화되어 그 배후의 법칙을 발견함으로써 현실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리고 미생물을 활용한 방사선 삭감이라는 현상은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이므로, '이론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기존의 이론을 절대시하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현상을 해석하려는 도착적 인식에 불과하다. 이것은 도저히 과학적 인식방법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원전 사고로 초래된 방사능 피해는 이같은 도착적 사고방식을 내포하는 현대 과학이 만들어 낸 산물이므로, 지금이야말로 본래의 과학적 인식방법으로 회귀하여 겸손하게 미생물의 역할에 동화하여 방사선 삭감의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일본에서도 미생물을 활용한 방사능 삭감 기술의 과학적 규명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현실적인 적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이렇다할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가운데 복합미생물 기술이야말로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토양 속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법이야말로 부작용이 거의 없는 친환경 기술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최후의 결사대들의 활동은 인간의 의지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과학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미생물 결사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미래의 에너지를 위한 인류에 대한 축복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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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원폭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히로시마(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