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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뉴스 대표 김금산
지난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미국 방문을 마친 문희상 국회의장이 2월 1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맨처음 만나자마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문제를 걱정하지 마라. 북한에 갖다 놓아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비핵화는 김정은의 쇼'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문 의장의 말을 놓고 볼 때 김정은이 얼마나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하는지 속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바와 같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했을 때 가장 반대했던 나라는 중국인데, 어떻게 중국과 혈맹관계인 북한이 이런 말을 발설할 수 있는지 잘 믿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요즘 북-중 관계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썩 좋은 관계가 아니라고 합니다.
지난 2월 7일 니키 헤일리 미국 유엔대사가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간략하게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살펴봅시다.
1961년 북한과 중국이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을 체결하여 혈맹관계가 됩니다. 그런데 1992년에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것을 계기로 그 혈맹관계는 사실상 끊어진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한-중 수교보다 2년 앞선 1990년 9월에 한국과 소련이 외교관계를 맺습니다. 실이 이것이 한-중 수교의 디딤돌이 되었던 것입니다.
한국과 소련이 수교를 맺자 가장 긴장한 사람은 바로 김일성이었는데, 그 다음달 당장 중국으로 달려가 덩샤오핑에게 "소련도 배신했다. 중국은 배신하지 마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때 덩샤오핑은 "무역대표부만 설치한 것뿐이다"라고 안심시켜 놓고 2년 뒤에 한국과 수교를 단행했한 것입니다.
그때 충격이 얼마나 컷던지 태영호 前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중 수교가 이뤄졌을 때 북한 외무성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6.25전쟁으로 서로 원수가 되었던 한국과 소련 그리고 한국과 중국이 서로 원수관계를 청산하고 새출발했다는데 역사적인 의의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한-러 수교, 한-중 수교의 배후에 항상 문선명 선생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한-러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지기 5개월 전인 90년 4월 모스크바에서 문선명과 고르파쵸프의 회담이 끝난 뒤, 민간사절단 리틀엔젤스 공연이 있었는데, 그때 퍼스트레이디 라이사 여사가 참석했습니다. 국교가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퍼스트 레이디가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공연 중 양코르가 연발되었고, 라이사 여사는 "리틀엔젤스야말로 평화의 천사들이다. 한국에 이럴
게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있는 줄 몰랐다. 소녀시절로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 듯했다"고 소감을 피력했습니다.
그 당시는 아직 러시아어 사전이나 중국어 사전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21세기는 동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선각자들이 중한사전과 러한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홍일식 고려대 전 총장이 추진하고 있던 중한대사전 편찬사업이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된 문 선생께서는 "중국은 국경을 마주하는 이웃나라이고 역사·문화적으로 뿌리 깊은 관계가 있는데, 사전도 없다는 것은 나라의 수치다"라며 2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그 7년 뒤인 1989년에 최초로 중한사전이 발행되었고, 그 3년 뒤인 1992년 8월에 한-중수교가 체결되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에는 30만 단어를 수록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한중 합작 '중한대사전'이 완성되었는데, 24년 동안 총 31만 명이 동원된 프로젝트였던 것입니다.
문 선생께서는 중한사전 뿐만 아니라 1990년 한-소 수교가 체결되기 전에 고려대 러시아어학과 교수들이 추진 중이던 러한사전 출판도 지원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한국과 러시아가 먼저 적대관계를 청산하자 그 여파로 중국이 한국과 수교를 맺게 되었던 것이니, 다음은 틀림없이 북한일 것입니다.
한국과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좋아짐에 따라 북한은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지금까지 의존했던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도록 도와주고 '해방'시켜 주어야 합니다.
이것을 가정에 비유한다면, 러시아는 아버지 입장, 중국은 어머니 입장인데, 장성한 북한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에서는 '평화'라는 개념이 수직관계를 말합니다.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속국인지 결정되면 평화로워진다는 뜻입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통해 '중국몽'을 실현하겠다고 했습니다. 중화사상이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란 뜻인데 지역패권주의 즉 주변국에 대한 지배를 합리화하는 하나의 방편입니다.
100여년 전 중국공산당의 창시자인 천두슈(陳獨秀)는 "우리가 백인들에게 평등한 대우를 요구하려면 먼저 같은 황인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 중국의 특수한 지위라든가 조선에 대한 주속관계(주종관계)를 타파하지 못하면 무슨 낯으로 그런 요구를 하나"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만일 중국이 중화사상에 입각한 패권주의로 북한 내정에 간섭하려든다면 이를 단호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김정일 때는 말로는 '주체' '자립'을 외치면서도 중국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에 비해 김정은은 중국에 얽매이는 걸 무지 싫어하고, 오히려 중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격적인 반면, 미국과 친해져 세계의 경제시스템에 편입되고 싶어합니다.
김정은이 장성택이나 김정남을 제거한 것도 중국이 그들을 앞세워 뒤에서 조종하면서 북한을 친중 국가로 만들려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라는게 정설입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중국의 '잇몸' 역활을 해줘야 하는데, 김정은이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하려 하니까 불안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친중 국가로 만들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사드를 북한에 갖다 놓아라'고 말한 것은 '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쇼를 좋아하니까 웃기기 위해서 농담삼아 했을 리는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강한 의지가 담긴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장성기 완성급까지는 아직 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미성년기에 부모의 도움을 받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러다가 성장해서 '독립'하게 되면 더이상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남을 도와주는 입장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렇게 볼 때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또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어야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것처럼, 폐쇄적인 국가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국제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줘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남한이 먼저 원수관계였던 러시아와 중국과 수교를 맺었던 것처럼, 금후로는 북한이 원수였인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는 것이 역사의 주류가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오는 27일, 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개최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986년 베트남은 공산권 붕괴로 닥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도이머이(쇄신)' 정책으로 10년 동안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 실패 경험을 토대로 1995년 미국과 국교를 맺으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베트남 수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경제구조 개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원수관계였던 미국과 관계를 개선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로부터 해외투자가 급속히 늘어 연평균 7%대의 경제성장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도에는 수출 실적이 2000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그에 비해 북한은 2015년도 기준으로 60억달러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베트남과 미국이 과감하게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를 개선한 결과 엄청난 물질 축복이 있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실은 당시 베트남 내부에서도 크게 우려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군대를 줄여 노동력에 투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는 미국과 화해하고 해외자본을 유치하는게 정답이라는 걸 확신하고 밀어붙였던 것입니다.
사실은 미국이 적대국과 이렇게 빨리 평화협정을 맺고 국교정상화를 한 적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극히 드문 사례에 해당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도 그 같은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난 2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30년 전인 1989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어느날 갑자기 동서독 장벽이 붕괴된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또, 1월 31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미국 대통령은 지금이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도 "난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핵과 미사일 실험의 동결, 즉 현상 유지 정도면 만족한다는 주장을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는 비핵화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장받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난 12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만난 펠로시 하원의장도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희망적이고,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맞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당장 북미 국교정상화는 아니더라도 베트남과 미국처럼 상호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무역대표부를 설치하면 경제적 효과는 상당히 클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군사동맹까지는 어렵더라도 군사적인 협력관계를 맺자고 대담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사드를 북한에 배치한다거나 앞으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체결한 중거리 미사일 전면 금지 조약(INF)을 파기한다는 발표를 했는데, 사실은 소련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합니다.
이 협정의 구애를 받지 않는 중국이 중거리미사일 능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아예 협정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사드를 북한에 배치한다면 중국을 견제하는데 있어서도 그 이상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북한은 비핵화를 단행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니 일석이조의 효과입니다.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선포한 것처럼 우리는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그 반대로 북한을 불안하게 만드는 말이나 행위는 그 자체가 비핵화를 막는 것이며 북한한테 절대 핵을 포기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적대관계였던 미국과 북한이 하루 아침에 혈맹관계로 변할 수 있는 역사적 상황입니다. 그것은 트럼프나 김정은의 성격이 이데올로기에 얶매이지 않는 사업가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 국회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후보로 추천했다고 합니다. 추천 이유가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외교 스타일 덕분에 한반도의 긴장상태가 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작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에 갔을 때 김정은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내 아이들이 평생 핵무기를 짊어지고 살길 원치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미국한테서 뭔가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뭔가를 주려는 자세로 임한다면 대성공할 것입니다. 미국의 국가안전를 보장하고 노벨평화상을 선물한다면 문제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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