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노가미 다카시 칼럼】"기술·고품질 과신, 일본 반도체 산업 소멸할 것" "수출규제, 아베 총리·간부들 석고대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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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미세가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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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970〜80년대에 세계를 주름잡았던 일본의 제조업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외의 전자제품 매장에서 외국 제품, 특히 삼성과 LG 등 한국 업체들의 제품은 인기를 독점하고 있는데 비해, 일제 TV나 가전제품들은 한쪽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상황이다. 찬란했던 일본의 제조업이 왜 여기까지 추락한 것일까.

히타치제작소의 반도체 기술자 출신으로 일본 제조업의 속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일본의 제조업이 공통적으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것은 제조업 현장에서 고도의 '기술'을 과도하게 신봉하여 '우상화'한 나머지, 그것이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과거 70〜80년대에 일본 제조업이 세계를 제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기술에 대한 지나친 맹신'과 '고품질주의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에 팔리지 않는 불필요한 '고사양' 신제품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 일본 제조업 현장의 관행으로 굳어져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서 품질 좋고 저렴한 한국과 대만 제품들이 등장하자, 필요 이상으로 '고품질, 고사양, 고가'인 일본 제품들이 전혀 팔리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 우상화'의 배경에는 제조업체들이 마케팅을 경시한 데도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각 나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과 적정 가격을 무시하고, 제조사의 자존심을 충족시켜 주는 '고품질, 고가' 제품을 일방적으로 양산하기 때문에 팔릴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딜레마 속에서 2015년 5월에 발생한 도시바(東芝)의 '회계부정사건'(약 2.5조원 분식회계)은 일본의 '제조업 신화'가 붕괴되고 '제조업 대국 일본의 종언'을 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했다. 142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바는 일본 최초로 개발한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 명문'으로서 기술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유노가미 소장은 금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지속될 경우 일본 반도체 산업이 사라질 정도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이 레지스트와 불화수소를 대체할 수입원을 찾는데 약 1년 정도, 2~3년 후에는 일본산 소재와 제조 장치들까지 완전히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일본의 수출규제는 일본 기업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라고 질타한다. 1990년대 삼성전자는 도산한 일본 기업의 기술자들을 고액 연봉으로 스카우트하여 오늘날 반도체 메모리 DRAM의 챔피언이 되었다. 그로 인해 일본은 퇴출당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거래처를 잃고 도산하는 일본 기업들의 우수한 소재 기술자들을 고연봉으로 스카우트할 경우, 지난날 DRAM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이치가 아닌가.

결국, 일본 정부가 취한 강경책은 단기적으로는 일본 기업들의 거래처를 훼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노가미 소장은 "계속 이런 상태의 수출규제를 유지한다면 향후 5년 뒤에는 일본 전체의 반도체 산업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수출규제' 조치를 '진주만 공습'에 비유하며 "단기적으로는 삼성이나 하이닉스가 피해를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세계적인 모든 전기기기 메이커가 타격을 받는 일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전기기기 메이커가 일본 정부에 분노를 표출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유일한 해결책이 있다면 아베 총리를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한국 정부에 직접 방문해 무릎을 꿇고 큰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