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데뷔작 '주전장', "전 세계의 차별 근절을 위한 한·일의 사명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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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對 국가의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

이 영화가 일본계 미국인인 제3자에 의해 제작된 것이기에 더욱더 이 문제의 핵심이 '인권 문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일본 국내에서 상영이 금지될지 모른다는 소문에 상당히 과격한 내용일거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상영이 금지될 만큼 일본의 민도는 낮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가 단순한 한일 문제가 아니라 국가를 넘어선 인권 문제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합법적인가 강제연행인가, 성노예인가 매춘부인가... 거짓말인가 사실인가 등등 다양한 견해가 난무하는 가운데 일본도 한국도 잘못은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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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신'를 우선하는 사람들과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들의 논쟁이 전개되는 가운데, 본질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갈등 문제가 아니라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인권 경시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과거를 반성하고 다함께 전 세계의 (전시 성폭력을 포함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강제연행된 성노예였나?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 사무국장이 언급한 것처럼, 노예란 사슬에 묶여 갇힌 채 노역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만이 아니다. 아무리 외출이 허용되고 아무리 많은 보상을 받더라도 인간이 본래 누려야 할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채 행동을 강요당하는 것이 곧 노예상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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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일본군 병사였던 95세 남성의 '여성에게는 인격이 없었다'라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 나라 일본은, 산도 강도 그 주변에 자라는 풀들도 모두 천황 폐하의 것이라고 배웠다. 2차대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일본은 그런 나라였다. 전후 지금의 헌법으로 바뀐 후에야 비로소 여성은 '사람'이 된 것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국가에 뿌리깊이 잔존했던 가부장제를 일본군은 교묘히 이용했고, 그 결과 성차별 문제는 최근까지도 표면화되지 못했다. 해방 후에도 남존여비의 봉건적 한국 사회에서 피해를 호소하지 못했던 여성들은 80년대의 민주화운동에 힘입어 겨우 피해의 목소리를 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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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은 사회는 파괴적인 사회가 되기 쉬운 반면 여성이 강한 사회는 생산적인 사회가 된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해주는 영화다. 이런 논리는 오늘날 기업과 사원, 부자, 부부 등과 같은 관계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본다.

'선악 이분법'의 단순화 경계해야

한편, 이 영화에 출연한 위안부 지원단체인 '피해자의 모임'은 '정의련'(구·정대협)에서 분리된 단체이다.

이 단체가 구·정대협과 대립하게 된 경위는 일본 정부가 관여한 '아시아여성기금'이 지급한 '보상금'을 이 단체가 지원하고 있던 위안부 피해자들이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구·정대협은 '민족반역자'라고 비난하고 악의적인 반대 활동을 펼치며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그 때문에 지원단체의 대표는 국내에 입국조차 할 수 없었다. 정대협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본 정부의 '사과'나 '보상'은 속임수에 불과한 것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곧 매춘부가 댓가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는 논지였다.

그러나 보상금을 받고 받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자유의지'임에도 불구하고 '민족 반역자'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쒸워 비난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전체를 위해 개인은 희생돼야 마땅하다는 '강요'는 왜곡된 민족주의에 불과하다.

근대사 연구가인 리처드 에반스는 '역사학의 옹호'라는 책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과거에 관한 지식을 자신의 현재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며 역사적 사실을 자신의 정치 활동을 위해 이용하려는 자세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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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인터뷰한 세종대학교 박유하 씨와 쇼치쿠 노부유키 기자는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거듭 사죄한 것이나 사실상의 배상 방식이 그다지 비난받아야 할 내용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것을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그 한가지는 위안부 문제는 인권문제로서 해결되어야 하며, 이는 두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되는 역사라는 사실을 일본은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측면은 이것이 피해자의 민족주의로 과대하게 선전되면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민족주의를 부채질하는 것은 또 다른 민족주의를 자극함으로써 상대방의 격렬한 반발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일본 내에서 '위안부 부정론'이 등장하게 된 것은 바로 이것이 원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한일 역사 문제는 '선악 이분법'으로 단순화하여 설명할 수 없다.

아름답고 강한 나라란?

모든 증오와 전쟁은 차별의식(우월감)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오늘날 아직도 자신의 나라가 아시아의 최강·최우수 국가라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다. 영화에 출연한 '일본회의' 간부는 "2차대전에서 일본이 전쟁에 이겼기에 흑인 노예들이 해방되었고 미국도 한국도 행복해졌다" "역사 교과서에는 밝고 즐거운 내용만 써넣으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또 "국가는 사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지오카 부회장의 발언 직후에 2차대전 때 재미 일본인에 대한 차별과 강제수용 등에 대한 잘못을 사죄하고 배상하겠다고 발표하는 레이건 대통령의 영상이 이어졌다. 레이건 대통령은 정의로운 일을 수행한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진실로 아름답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처럼 대담한 해결책을 제시할 줄 아는 큰 그릇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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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일본회의'의 애국자는 교과서에는 밝고 즐거운 내용만으로 채우면 된다고 주장하나, 자신의 나라가 제일이라고 자부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과거의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과연 '진정한 애국'일까?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결국 현재의 장님이 되고 만다. 잘못을 직시하고 외면하지 않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만일 사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반드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자세야말로 개인의 진정한 '강함'이며 대국의 '긍지'인 것이다. 과거의 영광만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강함'은 '허약함'과 표리일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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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회동'이 실현되었다. 이처럼 전 세계가 확실히 다음 단계로 진입하려고 몸부림치는 이때에 영화에서도 다루어진 바와 같이 일본은 세계사의 흐름에 완전히 역행이라도 하듯 메이지(明治)시대로 다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본은 110개국에 걸쳐 54조엔에 달하는 '선심성 외교'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G20오사카'에서 거의 무시당하고 말았다. 만일 이대로 간다면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는 신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다. GDP가 높은 것도 좋지만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소중히 여겨야 할지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겠는가.

'주전장'은 위안부와 관련된 차별 문제가 단순히 한·일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차별을 근절시키기 위해 한·일 양국에게 부여된 사명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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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뉴스 김금산 대표, 종로구 인디스페이스(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