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공동체민주주의"
(이경태 통일문화연합 상임대표)
최근의 한반도와 우리나라는 기존의 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중대한 위기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위기들이 일시적이며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한다면 작금의 위기는 쉽게 극복될 수 없는 본질적인 위기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만일 이번 기회에 분단구조 자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반도는 강대국 간 세력전쟁의 희생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으로 정착하지 못한 채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오늘날 시대정신은 이 나라를 완전히 새로운 틀과 패러다임을 갖춘 나라로 재건국하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정 구호가 '비정상의 정상화' '국가개조'였겠는가? 그러나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으로 70여년을 살아온 남북이 저절로 융합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며, 각자의 체제를 고수하면서 자기를 중심으로 통일하겠다는 생각은 통일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게 없다.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는 1980년대말 동구권 붕괴로부터 시작하여 소련이 몰락함으로써 자본주의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지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체제임이 증명되었다.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따라올 수 없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수요공급을 미리 계획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이 입증되었다.
무엇보다도 공산주의는 인간성을 개조하여 이타적인 인간으로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론이지만, 인간의 본성은 아무리 교육한다 한들 이기적인 본능을 완전히 다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이 공산주의 이론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이기도 하다. 북한의 사회주의도 인간본성과 본능까지 선하도록 교화하여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겠다는 이념하에 건국된 체제이다.
그러면 자본주의 사회는 어떠한가? 자본주의는 자유를 위주로 성립된 체제이며, 20세기에는 평등을 중시하는 공산주의와 대립하면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었으나, 1980년대 공산권이 붕괴되자 '역사의 종언'을 외치며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했다'는 자만에 빠져 평등의 가치를 등한시했다.
절제되지 못한 자유만능주의는 힘이 지배하는 야만의 사회, '강자만의 자유'를 만들었고, 도덕성이 붕괴되어 공동체를 파괴했으며, 끝없는 발전과 성장에 대한 자만으로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여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부의 편중과 불평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될 것이므로 자유주의는 불평등의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제 자유는 더 이상 풀어두어서는 안될 위험한 맹수인 것이다.
리처드 월킨슨과 케이트 피킷은 불평등이야말로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불평등 사회일수록 비만, 십대출산률, 범죄율, 사회자본, 정서질환, 아이들 교육성취도, 기대수명 하락, 사회계층 이동, 자원분배 왜곡, 공동체 해체, 신뢰상실, 사회적 자본 약화, 성장잠재력 저하 등 각종 사회문제가 갈수록 악화되어, 결국 민주주의 위기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오늘의 시대정신은 지구생태계와 공동체를 위하여 자유를 적절히 제어하고 '평등의 가치'를 다시 강조하여 '자유와 평등'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어야 한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정치적 방법은 현실적으로는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북유럽형 사회민주주의'를 거론해 볼 수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유럽형'과 '물질을 중시하는 미국형'으로 분류하고 "물질주의자들은 이익 밖에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라고까지 말한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할수록 사람을 못 믿게 되고, 세상을 얻지만 자신의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충동, 즉 공감적 유대를 발휘하는 일에는 서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는 물질적 가치에 치중하는 미국형 사회가 아니라 삶의 질을 중시하는 북유럽형 사회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홍익인간 사상은 북유럽형 사회이념을 포괄하고 있어 미래 인류공동체를 구원할 사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홍익인간' '이도여치' 사상에는 이 시대의 과제인 격차와 불평등을 시정할 평등사상과 생명사상, 포용하고 통합할 수 있는 정치사상이 내포되어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국가이념은 '생태적공동체민주주의'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생태주의란 한마디로 "한 생명(인간)이 아프면 전 생명(인류)이 아프다"라는 사상이며, 민주주의와 생태주의를 결합한 '생태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원리를 미래세대와 비인간 존재(자연)로까지 확장시킨 개념이다.
생태공동체민주주의는 최근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포용국가나 포용적 성장과 궤도를 같이 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의 국가운영패러다임을 재설정하기 위한 헌법과 그에 수반되는 법규들을 개정하고 장기적인 변혁을 위한 교육개혁과 문화변혁운동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다음과 같이 헌법개정을 제안한다.
헌법전문: "자유, 평등, 연대, 공유, 소통의 가치를 중시하는 생태민주주의적 기본질서"
제1조: "대한민국는 생태공동체민주공화국이다."
제3조: "대한민국의 통일 후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하지만, 통일 이전의 영토는 잠정적으로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으로 한다."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생태공동체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제7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만 규정하고 공무원의 신분보장은 규정할 필요가 없다.
제24조: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하되, 재산권에는 선천적으로 사회적 소유와 공유의 개념이 내제되어 있다."
개인의 사유재산권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사회적 관계와 활동을 통해 산출된 것이므로 사회적 소유 또는 공유개념이 근원적으로 내재돼 있음을 인정하고, 개인의 자유 또는 사회공동체, 나아가 인류공동체 내의 제한된 자유이므로 상생과 배려, 공감과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제44조: "계층별 비례대표를 반영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칙으로 하며, 그 밖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그 밖에 국민발안·발의권, 시민의희 소집권, 국민투표권, 국민소환권 등 직접민주정치 수단을 강화하여 규정한다.
불평등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평등을 향한 정치적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보스포럼이나 IMF, IBRD, OECD, 유엔 등 국제기구와 G7, G20 등 정상회의는 단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안 해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부유세를 신설하거나, 다국적기업과 선진부국들로부터 '지구평등기금'을 조성하여 국가간 빈부격차를 줄이고, 이익공유제를 도입하여 다국적기업이 이익을 독점하지 않도록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행동을 촉구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은 생태공동체민주주의 사상으로 남북통합을 이루어 이를 지구 생태와 인류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사상으로 세계인 앞에 제시해야 한다. 그림 1은 생산수단 소유형식,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 정도, 시장경제 정도, 자유와 평등 가치 비중 정도에 따른 정치사회체제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회주의 북한과 자유주의 남한 체제는 각각 좌우로 이동하여 생태적공동체민주의 모델로 조정·융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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