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민족무용연구소는 1999년 일본의 가면극인 '노가쿠(能楽)'를 시작으로 인도·중국·몽골·필리핀·캄보디아·말레이시아·방글라데시 등 아시아권의 풍요로운 민족 춤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올해는 일본의 오요회(五耀會)를 초청하여 가부키의 전통과 현대화 양상을 조명하는 유익한 시간을 갖었다.
오요회는 가부키 5대 명문 출신인 니시카와 미노스케(西川箕乃助), 하나야기 주라쿠(花柳寿楽), 하나야기 모토이(花柳基), 후지마 란코(藤間蘭黄), 야마무라 도모고로(山村友五郎) 등 젊은 세대들이 유파를 뛰어넘어 현대인의 감각에 맞는 가부키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해 10년 전에 결성했다.
오늘날 가부키는 일본의 전통 연극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가부키라는 말에는 '유행의 첨단을 달린다' '상식을 파괴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표현방법은 근대 연극과는 달리 자연스러움을 추구하지 않고 과장된 표현으로 대상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한다. 개성적인 의상과 가발, 그리고 번뜩이는 눈초리와 함께 취하는 독특한 동작과 포즈 등 과장과 박력이 넘친다.
무대 위에 오르는 것은 남성뿐이며, 여성 역할을 하는 남자배우들은 온나가타(女形)라고 불린다.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그들의 움직임과 표정도 가부키의 볼거리 중 하나이다. 다른 중요한 배역은 용맹스러운 스타일의 '오라고토(荒事)'와 부드러운 스타일의 '와고토(和事)' 등이다.
제1부 '가부키의 전통'에서는 하나야기 기에아야카(花柳喜衛文華) 씨가 특별출연하여 '스이센단젠(水仙団前)'을 선보였다. 여인의 청초한 아름다움을 수선화에 빗대어 표현한 작품으로 '스이센'은 반주노래가 '수선화와 같은 아리따운 그대의 몸짓이~′라는 주제로 시작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단젠'은 두꺼운 면을 누빈 넓은 소매의 의상으로 에도시대 여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이어 2016년 일본 문화청의 문화교류사로 임명되어 10개국 14도시에서 활약 중인 후지마 란코(藤間蘭黄) 씨가 일본무용의 유명한 곡목 중 하나인 야마가에리(山帰り)를 연출했다. 가나가와현(神奈川県)의 유서깊은 오야마아부리 신사(大山阿夫利神社)에서 참배하고 내려오는 범상치 않은 한 남자가 장대를 휘드르며 역동적인 춤을 춘다.
3대 하나야기 주라쿠(花柳寿楽) 씨와 하나야기 모토이(花柳基) 씨가 연출한 '렌지시(連獅子)'는 노가쿠(能楽)의 '세쿄(石橋)'에 등장하는 사자 일화를 가부키무용화한 작품으로 아비사자가 어린 새끼를 언덕 아래로 떨어뜨려 안간힘을 다해 기어오르게 한다.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에 꿋꿋하게 따르는 자식의 충실한 모습을 통해 감동과 교훈을 전달하는 우화적 작품으로 사자의 역동적 춤사위가 돋보인다.
제2부 '가부키의 변용(變容)'에서는 5대 니시카와 미노스케(西川箕乃助) 씨가 가부키의 대표작품인 가나데혼추신구라(仮名手本忠臣蔵)의 제8막 '신부의 신행길' 중 한 장면을 소재로 한 '타비얏코(旅奴)'를 선보였다. 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가는 긴 여정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러 가는 딸은 어린 마음에 한껏 뜰떠 있는 반면, 신랑 집안의 마지막 허락을 받아야 하는 어머니는 온통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어 3대 야마무라 도모고로(山村友五郎) 씨가 연출한 '타니시(田螺)'는 일본 전역에 전해지는 친숙한 우렁이와 까마귀 우화를 코믹한 춤으로 재연한 곡목이다. 야마무라 씨는 교토(京都)지역의 전통 연회무용인 가마가타마이(上方舞)의 젊은 지도자로서 일본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5대 유파 전원이 출연한 '여정(旅)'은 도쿄의 니혼바시 다리에서 교토에 이르는 도카이도(東海道) 길을 따라 늘어선 다양한 풍경과 그윽한 풍정을 보여주는 서정적인 창작무용 작품이다. 다섯 무자(舞者)가 남녀 인물로 나뉘어 스오도리(素踊)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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