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빛을 발하는 여성】옴니시스템 박혜린 대표 "남이 안 가는 길" "1% 확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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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양곡 도매상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누비며 경영 감각을 익힌 박혜린 대표(49)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힌 후 잘 되는 가게를 보면 회전율을 생각하고, 버스비를 아껴 동네 저축왕이 되는 등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1990년 서울여대 재학 중 수입타이어 판매 업체를 창업한 이래 오늘날 에너지 시스템 제조업체인 옴니시스템, 신용카드 제조업체인 바이오스마트, 라미화장품 등 10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CEO로서 작년 총매출은 3000억원을 넘어섰다.

박 대표는 인생의 멘토인 어머니와의 대화가 그녀를 CEO로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대학교 4학년 때 어머니가 "뭘 해도 넌 잘 할거다. 하고 싶은 걸 한 번 해봐라"라고 용기를 주셨다. 현실적으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한 후 타이어 수입·도매 일을 시작했다. 전문화된 타이어 애프터서비스(AS)도 연구했다."

그러나 창업 후 밤마다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지만 모든 성공은 많은 희생과 좌절을 동반한다"며 "어린 시절 겪은 혹독한 경험 때문에 두려움 없이 사업을 벌였다"고 술회한다.

'20대 여사장이 운영하는 품질과 서비스가 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어음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 덕분에 1997년 외환위기 사태에도 승승장구했다. 그 후 타이어 유통업을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외국계 기업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임대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또다시 대박을 터뜨렸다. 

박 대표가 M&A(인수·합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07년 신용카드 제조회사인 바이오스마트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자신이 보유한 건물에 세 들어 있던 바이오스마트가 어려움을 겪을 때 자금을 대준 것을 계기로 본의 아니게 대주주가 되었다. 스스로 연구개발팀장이 되어 국내 시장점유율 70%대 1등 기업으로 키웠다.

2009년에는 옴니시스템을 인수했다. 옴니시스템은 디지털 전력량계와 원격검침시스템 등을 다루는 정보기술(IT)기업이었다. 인수 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원격검침시스템이었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것인데 그녀의 예측은 적중했다. 2년 반 만에 흑자로 돌아서 200억원 하던 매출이 1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자체적 경쟁력 길러야

국내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옴니시스템은 한국전력의 사업 파트너사로도 유명하다. 이란의 전력 원격검침시스템(AMI) 시장에 한전과 함께 진출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상승하자, 박 대표는 "우리는 한전에 의존하는 회사가 아니다. 에너지 관련 기술은 우리 회사가 국내에서 최고다. 한전 등 대기업은 우리를 협력사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외부의 지원이 아닌 자체적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 대표는 "CEO에게 권리는 없고 책임은 무한대라는 정신으로 살고 있다"며 "남들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반복해서 하는데 나는 남들이 하고 싶지 않은 일, 남이 안 가는 길을 간다. 1%의 확률을 잡기 위해 도전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사업가에게 실패는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라며 "나는 파괴적 DNA를 갖고 있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실패가 와도 기쁜 마음으로 넘긴다. 하루에도 일희일비가 많지만 나쁜 일이 있을 때도 짧게 끝낸다. 실패는 받아들이는 방식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콤플렉스였던 자신의 목소리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경쟁력이 됐다며 "부족한 부분은 더 내세워야 한다. 콤플렉스는 없다. 반드시 강점으로 승화시키면 된다"고 역설한다.

'M&A'는 '융합'이다

박 대표의 M&A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사람 중심의 경영'이다. 그녀는 "M&A는 '융합'이라는 개념으로 재해석돼야 하며 이것저것 붙여서 융합하는 것이 내 전공"이라면서 "사업부서에서 필요할 때마다 해당 기술을 가진 연구인력을 영입하는 것이 곧 M&A"라고 주장한다.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을 아껴 시장에 빨리 진출할 수 있으니 위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그녀는 M&A를 일종의 '결혼'으로 여기고 직원들을 자식처럼 대한다. "M&A를 할 땐 정말 결혼하는 마음으로 임한다. 인수한 기업과 임직원들은 저에겐 자식과도 같다. 아이들이 성장점에서 멈추지 않도록 채찍질을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좀 부족하다고 자식을 팔아버리는 부모는 없지 않은가."

박 대표는 자식 같은 직원들에게 수단이 되는 삶이 아닌 목적이 있는 삶을 살라고 당부한다. "수단이 된다는 건 일종의 안주하는 삶, 즉 자기 할 일만 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 사람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람, 시키는 일이나 맞춤형 일만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여성

박 대표는 "스스로 빛을 내는 여성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사시험 때는 남자보다 여자들 능력이 훨씬 뛰어난데 점점 책임감이나 목표의식이 부족해진다. 궂은 일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있고 특히 결혼 후에는 편하게 삶을 설계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집안일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힘들게 쌓은 능력을 포기하거나 희생해선 안 된다. 혼자 빛날 수 있을 때 그 빛을 보고 사람들이 주변에 몰려들고 자신도 성장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녀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보고 경쟁해야 한다"며 "여성 지원책은 당시에는 좋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지원이 없으면 끝"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펼치려면 학력 등 자신이 가진 스펙을 내려놓고 환경미화원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 여성은 더 섬세하게 볼 수 있다"고 호소한다.

박 대표는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나'를 확립하여 기업이 뽑고 싶은 인재가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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