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전 유엔대사 "인권에 완벽한 나라 없다" "북한주민도 인간존엄성과 인권을 가진 형제자매임을 잊어선 안 돼"

PicsArt_10-27-02.34.25.jpg
통일아카데미 세미나/오준 전 대사(앞열 왼쪽 셋째) 유네스코 회관(10/26)

"평화를 위한 대전제ː 인간다운 삶"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 전 세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그처럼 참혹한 전쟁의 재발을 막고 평화를 유지할 것이냐였다. 이에 따라 전후 최대의 보편적 국제기구로 탄생한 유엔은 헌장 서문에 "다음 세대를 전쟁의 참화로부터 구하는 것"이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1차 대전 후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막대한 전쟁배상금 부담 등으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러한 상황이 나치 전체주의 정권이 부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나치 독일의 유태인 탄압과 학살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인권 침해였으며,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가르쳐 주었다. 즉, 사회의 구성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을 때, 그 사회는 반드시 불안정해지고 펑화가 깨질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깨달은 것이다.

유엔 창설 3년 후 1948년에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제1조에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All human beings are born free and equal in dignity and rights)"라고 천명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대전제가 '인간다운 삶'의 보장에 있다는 유엔헌장의 기본 정신은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경제발전으로 주민들의 삶을 개선시키고, 인권 보장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북한이 평화와 번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북한의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려면 비핵화를 통하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강력한 제재하에서는 북한이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발전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핵무기를 포기하고 경제발전을 선택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안보를 위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우리는 북한이 그러한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핵과 경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핵을 포기해야만 우리와 경제협력이 가능함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도와주는 길이다.

금년 들어 분단 73년을 맞는 남북 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남북 화해의 시대에 북한 인권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남북 관계가 좋아지고 비핵화가 실현된다고 해서 북한의 인권상황이 저절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므로, 인권문제를 도외시해선 안 된다.

한편, 인권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것이 북한 정권을 자극해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리는 있다. 그런 점들을 고려해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비정치적, 전문적 접근이다. 우리 나라에서 보수세력은 인권문제를 북한정권 때리기로 이용하고, 진보세력은 북한정권의 인권탄압을 눈감아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인권문제를 정치와 분리시켜 전문적으로 접근할수록 일관된 노력이 가능하고 실질적인 인권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권에 있어서 완벽한 국가는 없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권고사항 누계에 따르면 미국은 668개, 북한은 436개, 우리나라는 222개이다. 물론 사형제도나 경찰의 과잉대응,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은 그 심각성에 있어서 비교가 안 되지만, 이처럼 인권에 완벽한 국가는 없으므로 서로 감시하고 도와주며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정치적 접근방식은 매우 유용하다.

둘째, 제도적 접근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하여 그에 따른 북한인권법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인권 실태 조사 등 7개 과제를 선정했다. 이 같은 법적, 제도적 장치는 정부적 차원의 노력을 계속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적 가치가 반영된 법에 기초하여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결코 적대적 의도가 아님을 북한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민 중심의 접근방식입니다. 북한주민을 남이 아닌 우리의 형제자매로 인식할수록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인권문제가 독재와 정치적 탄압 때문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며, 경험이나 재원이 부족해서 실현되지 못하는 인권도 있다.

민간단체에서 '기술협력' 차원의 인권분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북한은 지난 7년 사이에 장애인권리협약 가입, 최초의 패럴림픽 참가,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 등 장애인 인권분야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장애인 인권을 개선하려면 국제기구에 참여하여 다른 나라의 예를 배울 필요가 있고, 필요한 재원이나 기술도 지원받을 수 있다. 민간단체들이 북한 장애인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대북제재가 해체되기 전에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결국은 같은 민족인 북한주민이 우리와 함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날을 앞당기려는 노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와 똑같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가진 우리의 형제자매가 그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수년 간 국제사회와 극단적인 대립을 경험한 북한이 이제는 생존과 발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고 있다고 믿는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핵폭탄이 아니라 경제적 풍요와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자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믿는다. 그래서 대화의 장으로 나서게 되었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이 우리 민족 역사의 중요한 전환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PicsArt_10-27-02.33.52.jpg
왼쪽부터 아시아뉴스 김금산 대표, 오준 전 유엔대사
【제13회 UN토크콘서트】미중 무역갈등과 WTO 무력화, 36억 동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탄생의 산고인가?
【한중일 3국 협력의 길/도올】동아시아철도공동체 "우리나라가 이니셔티브 쥐고 강대국 끌고가야"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한일 민간교류 8개 단체, '제2의 한일협력선언'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문' 채택

この記事へのコメン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