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협력사무국 국제회의장, 10/11(사진=3국협력사무국 제공)
'한중일3국협력사무국'은 동방 3국의 유엔과 같은 기구입니다. 동방 3국은 문화적 역량에다 경제적 규모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만일 세 나라가 막강한 인력과 지력을 합친다면 세계사를 이끌 수도 있습니다. 유럽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껏 세상이 3국이 협력하지 못하도록 막았던 것입니다. 비록 설립된지 7년이라고는 하나 정부간 정식 기구로 조직되었다는 사실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오늘날 한반도를 중심한 냉전구조라는 것은 북중러와 한일미 동맹관계의 대결을 말합니다. 따라서 한중일3국협력체라는 것 자체는 동아시아의 냉전구조를 결정적으로 와해시키는 그런 의미 있는 국제기구입니다.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구이며, 이 기구를 통해 매년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꿈도 못 꿨던 일입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정직하게 소통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움이 많다는게 솔직한 표현입니다. 일본은 반성이 요구되는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날 유럽이 EU로 통합된 것은 독일의 반성하는 자세 하나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만일 일본이 도덕적으로 잘못한 사실을 시인하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후손들을 가르치고 역사를 바로잡는 노력을 한다면 동아시아 문제는 아주 쉽게 풀릴 것입니다.
실은 일본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깊이 고민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쓰 가이슈(勝海舟)라는 사람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그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과 같은 주장을 펼쳤던 사람입니다. 당시 개화된 일본의 막강한 모습을 목격한 안중근은 만일 동양 3국이 연합할 수 있다면 러시아 등 서양을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러일전쟁 때까지만 해도 중국과 한국은 일본이 동양평화를 위해 크게 기여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일본을 적극 지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전쟁에서 이기자 일본은 동양을 처절하게 배반하고 말았습니다.
가쓰 가이슈는 미국에 유학했던 해군제독으로 일본 에도막부의 최고 사령관이었습니다. 당시 교토에 거점을 둔 삿초(薩長)동맹 세력들은 천황을 옹립하고, 에도막부 정권을 타도하려 했습니다. 막부 정권의 대장군이었던 가쓰 가이슈는 "만일 내전이 일어난다면 3년간 버틸 자신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은 완전히 쑥대밭이 될 것이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가쓰 가이슈는 에도성을 열고 순순히 항복합니다. 사실은 메이지유신의 진정한 공로자는 가쓰 가이슈입니다. 그는 메이지유신의 길을 열어주는 대신 그 주역들이 동양평화를 위해 힘써 주기를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반대인 침략전쟁의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3국 협력의 길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가쓰 가이슈나 안중근 같은 양심가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중국에도 손문 같은 양심가가 있었습니다. 원세개와 싸울 때 "총통은 네가 해라"고 양보할 정도로 욕심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중국 혁명을 위해 철저하게 헌신한 인물이었습니다. 당시 도쿄에서 동맹회를 결성해 자금을 모으자 일본 사람들이 앞장서서 도왔습니다. 그처럼 일본에도 엄청난 양심세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청일전쟁에서 패한 뒤 시모노세끼 조약을 체결할 때 청나라 리홍장은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일본은 중국 땅을 취하지 말고 그 대신 배상금을 받아 중국 땅에 철도를 깔아라. 중국 인민들이 일본에게 감사하도록 평화전략을 써라. 그래야 일본이 이긴다."
가쓰 가이슈는 동양 고유의 사상과 논리와 윤리 즉 인문주의 문명의 토대 위에 3국이 화합해야 하며, 서양과 거리를 두고 서구문명의 장점을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안중근도 3국의 공통분모를 서로 존중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손문도 일본 고베에서 강연할 때 "일본 국민들이여! 서양의 폐도의 주구가 될 것인가 동방의 왕도의 간성이 될 것인가라고 물으며, 일본은 동양의 간성(방패)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북한에 초청하자고 제안한 것은 엄청난 사건입니다. 이처럼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고 강대국들을 끌고가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비전이나 리더십도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 대통령을 만나면 북한을 좀 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계속적인 대결국면으로 밀어달라고 호소했고, 작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한방 쏘려던 참이었습니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이런 패턴에서 벗어나야 할 필연적인 단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더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지금처럼 남북한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리드하면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 일본이 안 따라올 수 없습니다. 태클을 걸고 싶어 하는 미국도 설득해야 합니다. 이렇게 우리가 상황을 주도해 갈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3국협력기구가 협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입니다. EU가 만들어지기 전에 먼저 ECSC(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있었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자 EU로 발전한 것입니다.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몽골을 연결하고 일본 규슈까지 해저터널을 뚫으면 일본도 대륙과 연결됩니다. 저도 규슈 가라츠(唐津)에 가보았습니다. 실제로 터널이 뚫려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철도공동체가 형성된다면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3국협력기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변화의 시기에도 순수한 비전을 잃지 않았던 손문, 안중근, 가쓰 가이슈 같은 양심세력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주체가 되어 동아시아의 구심점이 되고 전 세계가 우리를 주축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얼마나 대단한 일입니까?
문재인 대통령은 사방을 다니면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우리는 과거처럼 전쟁을 원하는 민족이 아니다." 이렇게 조금씩 틀을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고조선•고구려 시대 이래 이처럼 위대한 국면을 리드해본 적이 있었습니까? 결과적으로 여기서 우리들이 남북의 화해를 이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전무후무한 값진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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