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바위얼굴로 나타난 월출산의 중심에 있는 구정봉(九井峯)은 예로부터 구정봉의 기운을 받아 세상을 다스릴 위대한 인물이 나온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다.
월출산 큰바위얼굴이 유명해진 것은 폭풍우 속에 사라진 미국의 큰바위얼굴 때문이다. 미국 뉴햄프셔주에 있는 화이트 마운틴의 정상 부근에는 너대니엘 호손의 소설로 유명한 '큰바위얼굴(The Great Stone Face, Old Man of the Mountain)'이 있다. 이마에서 턱까지 13m의 크기로 사람 얼굴의 형상을 하고 있는 이 암석은 그동안 세계에서 사람의 얼굴을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 2003년 5월 3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심한 폭풍우에 바위가 무너져내려 세계인의 존경과 애정을 받았던 큰바위얼굴이 하루아침에 그 흔적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것이다. 마침 큰바위얼굴의 소설가 호손의 탄생 200주년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다. 큰바위얼굴을 잃은 마을 주민들은 당시 크게 슬퍼하며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가졌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의 명물인 큰바위얼굴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완벽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위하여 잠시 모습을 감춘 일이었다. 화이트마운틴의 큰바위얼굴이 무너져 사라진지 5년 9개월 뒤, 미국 큰바위얼굴 크기의 일곱 배가 넘는 웅대한 큰바위얼굴이 세상에 다시 돌아왔다. 그곳이 바로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노래한 '동방의 등불'로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월출산이다.

신기한 것은 가운데 있는 지름 1.5m의 가장 큰 웅덩이는 웬만한 가뭄에도 결코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고산자 김정호(金正浩)는 '대동여지도' 영암편에서, 월출산의 주봉(主峰)을 천황봉(812.7m)이 아닌 구정봉으로 명기했는데, 사실 구정봉(711m)은 월출산의 최고봉이 아니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를 깊이 헤아리며 살아온 우리 선조들은 구정봉의 남다른 정기를 꿰뚫어 보고 월출산의 대표 산봉우리로 꼽았다.
그러면 왜 이제야 월출산 큰바위얼굴이 출현한 것일까? 그것은 그동안 큰바위얼굴이 빛그림자 뒤에 수줍게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큰바위얼굴은 해가 떠오르는 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이른 아침 눈부신 햇살이 얼굴을 정면으로 비추는 시간대에는 빛 속에 숨어 있다가 오전 9시경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 머무르는 한낮에 그 얼굴을 환히 드러낸다. 그리고 오후 2시가 지나면 밝은 얼굴은 스르륵 그늘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2009년 1월 31일, 드디어 21세기 현대인의 염원을 담아 홀연히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 큰바위얼굴은 눈, 코, 입 그리고 수염이 뚜렷한 사람의 얼굴 모습으로 턱에서 정수리까지의 길이가 101미터로 세계최대의 크기이다. 영암(靈巖:신령한 바위)이라는 지명이 유래된 곳인 구정봉 자체가 영험한 큰바위얼굴로 나타난 것이다.
평화의 고을 영암의 군조(郡鳥)는 평화의 메신저인 '비둘기'이다. 또 왕인박사가 태어난 영암의 가장 오래된 마을도 '비둘기 숲'이라는 의미의 '구림(鳩林)'이다. 조물주께서는 여기에 큰바위얼굴을 빚어놓았다. 이 시대에 큰바위얼굴이 나타난 것은 상극분쟁(相剋分爭)의 시대를 마감하고 화합상생(化合相生)의 새 시대를 열어줄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여 지구촌의 내일을 걸머지고 나갈 인물들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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