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로운 시민시대】 기적의 메시아는 다시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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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악할수록 처지가 고통스러울수록 사람들은 '한 방'을 기대한다. 2000년 전 이스라엘민족도 메시아(유대왕)를 갈망하고 고대했다. 그가 등장함으로써 단숨에 사태가 반전되고 모든 난제가 해결될 수 있으리란 소망이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다.

지난 12일 광화문에서 성난 민심이 집권세력을 심판했지만,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은 이런 적폐를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을까? 슬프게도 그런 메시아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오직 메시아에 기대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기적처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책임 회피일 뿐이다.

유일한 방법은 5000만 '국민'이 '명예로운 시민'으로 거듭나는 길뿐이다. 내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주인의식으로 무장된 시민들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고장난 민주주의와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없다. 누구를 뽑아도 제2의 최순실 같은 불명예스러운(이기적인) 시민들에게 농락당하고 겉돌다가 불통 속에 레임덕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는 꿀벌 속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의 한 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 꿀벌들은 정찰대를 조직해 이주 후보지를 물색한 뒤 8자 춤을 추면서 다른 무리들을 설득한다. 이런 소통과 경쟁의 과정을 거쳐 만장일치로 최적지가 결정되면 모두 한꺼번에 이주한다. 꿀벌 한 마리의 정보와 지능이 제한적이므로 집단지성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모색하며, 이때 여왕벌은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는다.

이처럼 꿀벌은 군림하는 소수의 지도자에 의존하지 않고 평범한 다수의 소통과 집단지성으로 4000만 년 동안 생존해 온 것이다. 이제 우리도 '명예로운 시민'으로서 스스로 자기 자신을 구하고 나아가 이웃과 함께 민족과 나라와 세계를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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