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성은 분리, 경쟁, 승리, 공격, 지배, 분석, 능동, 적극, 성장, 확장, 용기 등의 성질이며, 여성성은 수렴, 협동, 양보, 반응, 화해, 종합, 수동, 소극, 안정, 공존, 인내 등의 성질이다.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에는 우열과 옳고 그름, 선악 등의 구별은 없으며, 여기에 필요한 것은 균형과 조화다.
따라서 남자와 여자가 상대방의 성에 대해 적대감과 혐오감을 갖는 것은 자기 내면의 여성성/남성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해 온전한 인격체를 완성할 수 없게 한다. 오늘날 여성성이 화두로 떠오르게 된 것은 현대 사회가 앓고 있는 각종 병폐가 남성 위주의 사회체제와 이데올르기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남성 위주의 이분법적 세계관은 대체로 어느 한쪽의 우월성을 강조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 유색인에 대한 백인의 지배, 식민지국가의 제국주의 지배 등과 같은 수직적 사고방식이 정착되었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는 생태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리고 여성은 생태위기의 가장 큰 희생자가 되고 있다.
최근 여성들의 모유내에 PCBs나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물질의 함양이 높아져 유산, 조기 폐경 등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기형아 출산율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 저소득층, 원주민, 소수민족 등 약자들이 환경오염의 희생자들인 것이다.
임신, 출산, 육아, 수유를 전담하는 여성들은 물, 식품, 공기등 환경적 영향이 곧바로 태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다. 남성에게 하나의 생각과 느낌이 지나갈 때 여성에게는 네 개의 생각과 느낌이 지나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여성은 본능적으로 자연친화적이다.
이제 남성의 기운이 극에 달한 인류의 문명은 다시 여성의 기운 쪽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후천개벽'이라고 한다. 남성의 기운과 가치가 줄어들고 여성의 기운과 조화를 이루는 후천세계는 경쟁과 승리, 정복과 지배가 아니라 협동과 양보, 화해와 공존이라는 여성적 가치가 통용되는 화엄세계이다.
화엄사상은 이분법적인 세계관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가 상호의존적이라는 유기체적 세계관이다. 말법시대에 출현하는 미륵 부처님은 유연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여성적 가치를 선양하는 부처인 것이다. "몸을 받아 태어난 것들에는 각기 구별이 있지만 인간 사이에서는 그 구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사이에서 구별이 나타나는 것은 오직 그 명칭에 의한 것뿐이다."(숫타니파타=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
이 과정에서 저자는 유럽, 중국, 이집트의 고대 여성신화를 탐구하고 성경을 통해 드러나는 서양의 여성성을 이야기하는 한편 서양 근대철학의 거두로 불리는 니체, 하이데거, 레비나스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인용한다. 이를 통해 인류 문명의 여명(黎明)을 이끌었던 여신(女神)들의 기록과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명이 이들 여신들을 폐위(廢位)시켜온 과정을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남성중심의 가부장제가 그 수명을 다했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났던 여신들이 복권(復權)되는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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