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기업들의 비보(悲報)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 도요타의 대규모 가속페달 결함 사건에 이어 미쓰비시(三菱)·닛산(日産)·스즈키자동차의 연비·배기가스 조작 스캔들이 발각됐고, 샤프에 이어 도시바의 백색 가전 부문까지 중국 메이디(美的) 그룹에 인수돼 일본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교토식 경영’을 쓴 스에마쓰 지히로(末松千尋·60) 교토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기술은 세계 1위이지만 경영은 후진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경영이 중요한데 개선이나 혁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의사 결정을 내릴 사람도 책임질 사람도 감시할 부서나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스에마쓰 교수는 화합(和)을 중시하는 일본문화로 인해 일본인들은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고치려는 논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회의 중에 '혁신(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도,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도, 경영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신규 사업이나 새로운 마케팅을 제안하는 사람도 없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높은 사람들 즉 경영진과 정치인들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며, “교토의 기업들은 기득권과 싸우며 성장했다"고 밝혔다.
교토 기업 중 1960년 한국계 아오키 사다오(한국명 유봉식)씨가 창업한 MK택시는 GPS 장치를 탑재해 휴대전화로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를 일본 최초로 도입했지만, 사업 초기에는 나고야 등 일부 대도시에서 사업 신청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일본 택시 업계의 반발 때문이었다.
MK택시는 이에 대항해 무료 택시를 운행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교세라(京セラ) 역시 통신 산업에 진입할 때 초거대 기업인 NTT를 상대로 경쟁해야만 했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회장은 "기득권이나 기존의 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혁명에 가까운 극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일본 대기업들은 대부분 수직적으로 계열화돼 있기 때문에 계열사 입장에서는 획기적인 제품이 아니어도 본사에서 사주기 때문에 혁신에 목마를 수 없다. 이런 기업은 안정적인 반면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교토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자신들의 물건을 구매해줄 본사가 없다. 배기가스 측정기를 만드는 호리바제작소의 첫 거래처는 미국 캘리포니아였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회장도 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3M 수주에 성공했다. 그 후 IBM과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일본전산이 없으면 전 세계 컴퓨터 생산이 중단된다고 한다.
이렇게 교토 기업들은 '절실함과 위기감' 때문에 성장했다. 그들은 글로벌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경영 방식을 채택해 다른 기업들보다 빨리 연공서열제를 폐지하고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실리콘밸리의 ‘괴짜’ 문화처럼, 그들도 직원들의 개성과 독립성을 중시하고, 간섭을 덜 해 자유로운 사내분위기를 창출했다.
스에마쓰 교수는 오늘날 '국가 주도의 시장 창조'를 지향하고 있는 아베노믹스는 대기업 친화적이고 기득권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토 기업 같은 혁신적인 기업들이 많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혁신을 막는 규제를 풀고 기업에 간섭해서는 않된다고 강조했다.
표면상 정부가 규제완화하려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 일본은 관료가 대기업을 지배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정부가 관료시스템이라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한 규제완화는 불가능하다고 덪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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