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 사회복지 역사를 세운 실천현장의 인물들, '마음의 가족' 윤기 이사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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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가족' 윤기 이사장 인터뷰

어떻게 사회복지를 하게 됐나?

윤기: 사회복지사업을 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제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바다와 산, 운동장에서 놀던 소년에게 있어서 교실은 바다였고, 스승은 자연이었어요. 먹을 것을 찾아 바닷가에 가고 학교에 가기 위해서 산을 넘어다녔어요. 그런 어린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저는 별 탈 없이 건강했고 가진 것이 없어도 불편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래서 없는 환경에서도 무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열정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대학을 졸업한 것은 1966년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첫 번째 행복은 제가 사회사업을 전공한 것이었어요. 둘째는 중앙신학교라는, 일류학교는 아니지만 사회사업에 대한 사명과 혼이 깃들어 있던 명문대에 입학했다는 긍지가 있었어요. 졸업하신 선배들이 한국의 사회복지계를 이끌고 사회복지 현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초창기의 사회복지 실천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윤기: 목포공생원 시절에 축구부를 만들고, 수영팀도 만들고, 또 여자아이들은 합창부를 조직하여 노래를 불렀어요. 붉은 태양이 바닷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저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곤 했죠. 거기에는 평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고아원 원장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고아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이었죠.

1977년 3월 서울소년소녀직업훈련원 인가를 받게 되었어요. 사회복지법인 목포공생원 법인 이름도 공생복지재단으로 변경했고요. 감개무량한 나머지 저는 이런 인사말을 했어요.

"우리들에게 능력은 없습니다. 있다면 하나님을 믿는 믿음과 사람을 사랑하는 정신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이 정신과 마음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보고 듣고 배워서 지금은 나의 몸 속에 체질화되어 있습니다. 오늘 귀빈 여러분 앞에 앉아 있는 500명의 소년소녀들은 '마음의 가족'입니다. 나는 이 가족들에게 강철 같은 의지를 갖게하여,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가는 독립심을 키우도록 돕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세금을 내는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훈련생 여러분! 노력만이 우리를 성장시켜 주고 행복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의지를 가진 사람만이 승리하는 것은 세계의 역사가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1977년 4월 30일)

후일 훈련원이 좁아 새로운 훈련원을 짓고 싶다고 서울 시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래 나도 가 봤어, 창피하더군. 윤 원장이 알아서 땅을 알아봐 주게"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운이 좋았던지 하늘이 도운 것 같았어요. 단사천이라는 분이 소년소녀들에게 무료로 직업훈련을 시킨다는 취지에 감동하여, 1만 평을 기증해 주셨어요. 그때 일부에서는 기증을 받은 땅을 법인명의로 등기하자고 했으나 저는 서울시 명의로 등기를 했습니다. 이 때문에 ‘바보’라는 소리도 듣긴 했지만 사회복지는 '존재'이지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아사히신문에 기고한 재일동포 고령자의 고독사에 대해서

윤기: 일본에 동경사무소를 개설한 것은 1983년이었어요. 당시 재일교포는 부자로 여유 있게 살고 있다고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현실을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유 있게 살고 있는 재일교포는 3% 미만이고, 다른 분들은 무척이나 고생하며 살고 있었어요. 재일교포 고령자가 나고야에서 죽은 지 13일 만에 발견되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은 가족이나 친척이 없으며 주변 사람과의 교류도 없이 고독하게 살아왔다는 증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사히신문에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일본의 전시정책에 의해서 일본에 오게 된 재일 코리안들은 이미 고령화되어 70세 이상의 수가 10,000명을 넘고 있다. 그중에 1,400명이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어려워 노인홈 입소를 긴급히 필요로 하고 있다. 생활보조비의 지급, 노인홈에의 입소 등 일본의 복지의 손길은 재일 코리안에게도 차별없이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재일 코리안 고령자 대책은 이것으로 충분한가. 오랜 역사 속에서 '응어리'와 '생활양식의 다른 점' 등 여러 이유로 많은 재일 코리안은 노인홈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한국의 고도, 경주에는 고독한 일본인 부인들을 위한 노인홈이 있다. 이 노인홈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은 일본어이다. 각 방에서 일본 노래가 들려오고 벽에는 후지산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리고 식탁에는 다꾸앙과 우메보시가 나온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재일 코리안의 고령자들이 오순도순 한국말을 하며 노후를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재일 코리안 전용 노인홈 건설이 필요하다."(1984년 6월 18일)

아사히 신문은 독자만 1천만 명에 가까운, 지금도 일본에서 영향력이 큰 신문사인데 당시 무명인인 저로서는 걱정을 많이 하고 망설였어요. 그런데 일본인들의 반응은 과거에 잘못했다는 속죄의식을 가진 신앙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고, 크리스천신문은 사설을 통해 땅 한 평 사주기 운동을 전개해 주었어요. 그리고 수고하는 사람 33명이 일본 전국에서 발기인을 500명이나 모집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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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전주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윤기 이사장(왼쪽에서 3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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