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민예관 창설 80주년 특별전】 일본민예관 소장 조선공예의 미 '한국문화에 심취한 야나기 무네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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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염부 추초문면취호(표형병 부분) 18세기전엽 12.8×11.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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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를 소개하고 그 보존을 위해 진력한 일본인 - 현재 일본민예관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민예관 소장 조선공예의 미' 전시회는 금년 창설 80주년 기념으로 개최되는 특별전 제1탄이다. 이 전시관의 창설자인 사상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 1889-1961)씨가 주로 수집한 조선시대의 각종 공예품 약 1600건 중에서 엄선된 약 400작품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회는 재작년부터 한국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실시한 소장품 조사 결과가 크게 반영되었다. 한국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재를 종합적으로 조사·연구해 한국문화재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기 위한 전문기관이다. 자료들의 문화재적인 가치가 밝혀지고 또한 현저하게 손상된 가구나 목공예품의 복구작업이 실시된 것도 이번 조사사업의 큰 성과였다고 볼 수 있다.

야나기씨는 20대부터 조선민족의 예술문화에 매료되어 거기에서 얻은 영감으로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탁월한 심미안으로 뛰어난 컬렉션을 구성해 공개함으로써 조선문화의 진가를 세상에 알려왔다.

일본내 굴지의 질과 양을 자랑하는 본 전시관에 소장되어 있는 조선시대의 공예품의 대부분은 야나기씨가 직접 자신의 '눈'과 '발'로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주로 한반도에서 수집한 것이지만, 그의 활동을 뒷받침했던 사람은 조선을 사랑하고 또한 조선인들로부터 사랑받았던 아사카와 노리타카(浅川伯教, 1884-1964)씨와 다쿠미(1890-1931)씨 형제였다. 노리타카씨는 야나기씨와 조선 도자기를 연결해 주었고 다쿠미씨는 야나기씨와 조선인을 연결했다.

야나기씨는 말년에 "조선의 민예품을 좋아하게 된 것은 내 평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계기가 되었고 매우 감회가 깊다"(사십년의 회상, 1959년)고 회고한 바 있는데, 위 두 사람과의 만남이 없었다면 훗날 정립한 민예미론 구축이나 그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일본민예관이 설립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야나기씨는 조선 도자기와의 만남을 계기로 미적 가치와는 인연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일상품들을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1921년에 일본 최초로 '조선민족 미술전시회'를 개최했다. 1922년에는 '조선과 그 예술'을 간행해 조선문화에 대한 자기자신의 경외의 마음을 피력했으며, 1924년에는 서울에 '조선민족미술관'을 개설하여 한국의 공예품을 소개하고 그 보관에 힘을 쏟았다. 야나기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조선공예가 품고 있는 인위성을 초월한 자유로운 정신세계였으며, 평온하고 여유있는 민족고유의 조형미였다.

일제 식민지시대에 야니기씨와 조선과의 관계를 놓고 볼 때 야나기씨야말로 조선 민족과 문화를 대변한 몇 안되는 일본 지식인들 중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식민지지배에 반대하는 '독립만세'소리가 한반도 전역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독립과 해방을 요구하는 운동은 일본의 무력에 의해 탄압되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당시 대부분의 일본 지식인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야나기씨는 이 사건을 그냥 두고볼 수 없다며, 요미우리신문에 '조선인을 생각한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기사는 일본인으로서 피지배자인 조선인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심정으로 충만해 있었다.

조선예술을 흠모하는 정이 야나기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야나기씨는 일본의 조선민족에 대한 탄압과 동화정책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조선의 친구로서 동행했던 것이다.

이렇게 시류에 대항했던 아나기씨의 용기있는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아름다운 도자기에 대한 애정이 그것을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로 쏠리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야나기씨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때로부터 100년을 헤아린다. 이러한 뜻깊은 해에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며, 이 전시회를 계기로 야나기씨가 염원한 아름다움을 통한 상호이해의 폭이 한일 양국민 사이에서 더욱 넓혀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개최 개요■

전시기간 4월 2일~6월 12일
전시회장 일본민예관(東京都目黒区駒場4-3-33)
주최 일본민예관
후원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한국국외소재문화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 동경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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