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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개발을 시작한 지 무려 60년이 넘어가고 있다. 1956년 3월 소련과 북한이 소련의 두브나핵연구소 창설에 참여하는 협정을 맺은 이래 북한은 핵과학자들을 소련에 보내 연수를 받게 했다.
북한의 핵개발을 초창기에 주도한 인물들은 월북한 남한 과학자들이었다.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태어난 도상록 씨는 1932년 일본 도쿄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헬륨화 수소이온에 대한 양자역학적 취급'이라는 논문을 발표해 국제 학계에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8.15광복 후 김일성의 자필 초대장을 받고 월북해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초대 학부장, 물리강좌장(학과장), 핵물리강좌장 등을 역임했다.
도상록 씨와 함께 북한 핵개발의 기초를 닦은 사람은 서울대 공과대학장으로 재직하다 한국전쟁 때 월북한 이승기 씨다. 이씨는 일본 유학 중(1939년) 화학섬유의 일종인 '비닐론'을 발명해 유명해졌다. 월북 후 국가과학원 함흥분원장을 맡았고, 이씨 일가는 '과학자 집안'으로 우대를 받으면서 35명의 박사와 학사(석사), 연구사를 배출했다.
북한 핵개발의 '대부'는 서상국 박사이다. 서씨는 20대에 소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소련 사람들을 제치고 최우수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워낙 머리가 뛰어나고 전문지식이 풍부해 소련측은 그에게 미인계를 쓰면서까지 귀화를 종용했다고 한다. 그러자 북한 보위부는 당장 그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그가 소련에서 유학할 때 교수가 칠판에 문제를 쓰자 다른 학생들은 열심히 풀기 시작했는데 서씨는 팔짱을 끼고 칠판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교수가 "왜 문제를 풀지 않느냐"고 물으니 "가치 없는 문제다. 틀린 문제를 내놓고 왜 풀라고 하느냐"고 반문해 교수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소련은 서씨가 북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한 번은 소련의 핵 관련 장치에 에러가 생겨 소련 과학자들이 고치려고 시도하다 실패하자 결국 서씨에게 부탁했다. 그가 어렵지 않게 장치를 고치자 그에 대한 소련의 신뢰는 더 커져 서씨가 소련을 방문하도록 북한 당국에 수차례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서씨를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촌구석으로 보냈다. 1980년대 초 소련을 방문한 김일성은 소비에트연방 물리학 원사(院師: 학자에게 부여하는 최고의 칭호)에게 로켓기술 개발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자 소련 물리학 원사는 놀란 표정으로 "왜 북한에 기술자가 없다고 하는가? 당신네 나라에 서상국이 있지 않은가? 그는 우리도 욕심내던 인재였다"고 반문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소련방문을 끝내고 평양으로 돌아오자 마자 "소련의 물리학 원사도 아는 인재 서상국을 빨리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해서 서씨는 김일성종합대학 물리학부 강좌장으로 임명되었다. 그가 처음 만든 로켓은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었으며, 김정일은 그의 성과를 높이 평가해 1986년 서씨를 물리학부 학부장과 자신의 군사기술 고문으로 임명했다.
1991년경 소련의 해체과정에서 북한은 소련의 로켓 기술자 20명 정도를 스카웃해 왔으며 서씨가 직접 그들의 명단을 작성했다. 평양시 은덕촌의 아파트는 바로 소련기술자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완전한 독립 구역이다.
북한은 1998년 첫 장거리로켓 '광명성 1호 위성' 발사의 중추적 역할을 한 서씨에게 북한 최고의 상인 김일성상(1966년)과 김정일훈장(올해 2월9일), 노력영웅(1992년) 칭호를 수여했으며 고급주택을 주는 등 각종 특혜를 베풀었다.
이렇게 오늘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발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상국 박사는 세상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한 내에서는 파키스탄의 '핵의 아버지'인 카디르 칸 박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그가 사는 아파트는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철저히 경호를 하고 있으며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프랑스 등 서방국가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는 정도라고 한다.
북한은 당 차원에서 최고 수재들을 모아 놓고 전략적으로 한 분야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렇게 그들이 '선택과 집중' 교육을 받아온 지 어언 40년이 경과됐다. 이것은 폐쇄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와같이 수재들을 모아 집단훈련을 시키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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