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평화의 길 Ⅴ】 생명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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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유대인의 영웅 '로베레 장군'은 탁월한 리더십과 훌륭한 인품을 가진 유대인의 영웅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그런데 나치가 그와 용모가 아주 흡사한 좀도둑을 잡아서 그를 유대인의 수용소로 보냈다. 로베레 장군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무너뜨려 그들의 단결력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가짜를 진짜로 믿은 유대인들은 그를 극진히 대접하고, 언행을 조심하고, 다툼이 생기면 그를 찾아가 중재를 부탁했다. '양아치'였던 가짜가 진짜 대접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그도 진지해지고, 관대해지고, 품위있게 행동하고, 말도 점잖아졌다. 사람들의 진심어린 존경과 순종이 그를 진짜 훌륭한 장군으로 만든 것이다. 계략에 실패한 나찌는 사형을 집행했는데 그는 끝까지 장군답게 행동했다. 좀도둑이 위대한 장군으로 거듭나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처럼 주변 사람이 중요하다. 아무리 탁월하고 훌륭한 사람도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자꾸 무시당하면 점점 무기력해져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 반면에 못난 자를 탁월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한 것이 바로 예수님의 용인술(用人術)이었다.

베드로는 너무 많은 소리를 듣고 어쩔줄 모르고, 우유부단하고, 변덕이 심하고, 감정조절도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가 장차 반석과 같은 인물이 될 것이라며 끝까지 신뢰하고 격려했다. 결국 그는 교회사에서 거대한 반석과 같은 인물이 되었다.

모세의 생애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 세 여인이 있다. 첫째, 이집트 왕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목숨을 걸고 그를 지킨 어머니 요게벳은 유모가 되어 그에게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선민의식과 히브리인이라는 민족의 정체성을 심었다. 둘째, 이집트 왕 바로의 공주는 물에 던져진 그를 건져내어 자신의 양자로 삼아 탁월한 왕재(王才)로 길렀다. 셋째, 그의 아내 '십보라'다. 모두 위기에 처한 모세를 도왔던 사람들이다.

모세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순간에 그 모든 것을 잃고 살인자가 되어 왕궁을 떠나야했다. 그런 모세에게 안식처가 되고 위로가 되어준 사람이 십보라였다.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자기 백성을 이집트에서 구하러 가는 도중 "여호와께서 그를 죽이려 하셨다". 그러자 십보라가 재빨리 아들에게 할례를 행하여 남편의 생명을 구했고 모세로 하여금 민족 구원이라는 대업을 성취하도록 도왔다. 그것은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살려낸 위대한 구원사건이었다.

그렇다. 한 사람을 돕는 것이 천하를 돕는 것이고, 한 사람을 세워주는 것이 천하를 세워주는 것이다. 한 영혼을 살리는 것이 바로 천하를 살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죽어가는 것들을 지키는 '생명의 파수꾼'으로서의 종교의 역할이기도 하다.

마라톤 경기에서 무명의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들과 나란히 달리다가 기권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자기편 선수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배치된 선수들이다. 이들을 가리켜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라고 부른다. 이들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사명으로 아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천국은 바로 이런 사람이 많은 곳이다. 우리 모두 이런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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