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오부치(小渕)내각 시대에 특별신용보증제도(총액 30조엔)의 정책 제안자(자민당 총무회장 후카야(深谷)씨 경유)인 사토 케이치(佐藤敬一)씨를 만나 새로운 50년을 향한 한일기술금융교류의 전망에 대해서 들어본다. (인터뷰어: 김금산 대표)
한국과 일본이 금융면에서 연대하여 아시아의 발전에 기여하는데 주체적인 역할을 담당하자는 취지하에 2009년 결성된 '한일금융교류협회' 설립준비위원회의 발자취와 실적은?
사토 케이치: 2009년에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50조엔 제2차 신용보증제도' 정책 제안에 대한 기사를 KOREA TODAY에 6개월간 연재한 다음, ASIA NEWS에 게재하여 도쿄돔과 신주쿠 오오쿠보 주변에 배포한 후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로부터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주변의 코리아타운이 크게 번창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18개국 이상의 다국적 번화가가 되었습니다. 언론의 사회공헌이라는 면에서 모범적인 사례이며 여러분의 역사 한장면에 이름을 남길만한 자랑스런 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의 핵심적인 금융시책으로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는 '기술금융'이란 무엇입니까?
사토 케이치: 한국의 독특한 정책인 '기술금융'은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화 가능성을 전문기관이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은행이 대출을 실시하는 기업육성제도로, 자본기반이 취약하고 부동산 등의 담보능력이 약한 중소기업이나 아직 매출을 올리지 못한 벤처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술력이 있는 경우에는 유리한 조건하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현재 매월 6조원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배경은?
사토 케이치: 작년 여름 즈음 한국 정부는 기술금융 촉진을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여 기존의 담보위주의 금융 관행을 배제하고 은행의 자금 중개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은행혁신평가'를 100점 만점으로 설정하고, 은행 간 순위를 공개한다든가, 각 은행의 임직원 평가에 반영한다든가, 각 은행의 기술보증기금 부담금 비율을 줄여주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무담보 대출로 인한 사고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과 그 성과는?
사토 케이치: 1989년에 설립된 정부계 금융기관인 '기술보증기금'(KIBO)은 2005년부터 이공계 박사 등 154명을 포함한 580명의 평가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평가시스템(KTRS)을 도입하여 10단계 '기술등급'과 14단계 '기술신용등급'으로 평가를 실시한 결과, 사고율이 3.98%에서 0.36%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현재 기술등급 T6(양호) 이상의 기업들이 기술금융 이용자의 94.5%를 차지하고 있고, 그들 중 82.3%가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이라고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책의 목적는 상당 부분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업들의 성장과 발전에 따라 세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본의 신용보증제도의 현황은?
사토 케이치: 일본에는 한국과 같은 기술신용평가 전문기관이 존재하지 않고, 기술이나 실적 면에서 한국이 일본을 훨씬 능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본의 신용보증협회는 한국 정부가 KIBO 같은 특정기관에 전문인력을 집약시켜 특허권을 포함한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 등의 노하우에 대한 신용관리의 일부분을 일임함으로써 신뢰성 높은 기술신용평가를 실현하는 한국의 방식을 많이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신용보증제도가 파탄 일보 직전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사토 케이치: 현 신용보증제도는 사실상 중소기업에게 있어서 무용지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신용보증 대폭감소:1999년 41조엔→2015년 27조엔). 위험부담이 많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공적자금에 떠맡기고, 위험부담도 없고 은행의 부채와 자기자본 비율에도 영향이 없는 국채를 사들여 예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더 이상 은행이라는 '간접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지금의 금융시스템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빠른 시일내에 '직접금융' 시장을 육성하여 혁신을 원동력으로 삼는 경제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베노믹스로 대기업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일본 기업의 99%와 전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토 케이치: 엔화가 강했을 때 "수출하기 어려우니 납품가를 낮춰 달라"는 수출업체의 요청에 따라 3-5% 낮췄는데, 지금은 엔화가 약세이지만 납품가가 회복될 기미는 전혀 없습니다. 만일 하청업체가 납품가를 조금이라도 올려달라고 말하면 대기업들은 금새 해외 기업쪽으로 눈을 돌려 국내 중소기업들과 거래를 중단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난 20년간의 도산•폐업 기업수는 300만 건을 넘었고 이것이 디플레와 세입 감소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법인세를 낮춘다고 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50년을 향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
사토 케이치: 양국이 지금 이상으로 기술금융교류를 심화시켜 가기 위해서는 상호 역사와 문화에 대한 공통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협정을 체결하여 한국근대화와 경제부흥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한일기술금융교류가 시작되었는데, 박 대통령이 일본의 역사와 '화(和) 문화'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나는 88서울올림픽 때 한국으로 초대받아 한국문화에 접할 기회를 갖었는데, 노인을 공경하는 유교문화가 일상생활 속에 베어있었습니다. 역사를 왜곡하지 말고 상대방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한다면 양국은 틀림없이 훨씬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일 양국의 기술·신용보증제도의 발전을 위해 향후 요구되는 자세는?
사토 케이치: 원래 벤처기업이었던 소니는 전후 급격히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서, 테이프레코더 개발을 위한 거액 투자와 공장 신축 그리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개발에 전념한 나머지, 1950년도에는 운영 자금이 완전히 바닥나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중소영세기업이었던 동경통신공업(소니의 전신)의 하청업체들은 사업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이 조합이 채무 연대보증을 서준 결과, 공적 금융기관으로부터 조합에 대출이 실시되어 '동통공(東通工)'이 밀린 체납금을 하청업체들에게 지불할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벤처기업이 '숨이 목에 차는 8부능선'에서 이렇게 약 1년간 하도급업체에 지불해야 할 대금을 유보시킴으로써 '동통공'은 궁지로부터 구제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의 기술보증기금나 일본의 신용보증협회도 동통공처럼 궁지에 몰려있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에게 담보를 요구하는 하드웨어 측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경영능력과 기술력, 개발능력 등 소프트웨어 측면도 평가하여 자금을 투입하는 용기를 내주기를 바랍니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육성이 기본입니다. 그들의 부모의 입장에서 키워주고 성장·발전시켜 장래 제2의 소니, 제3의 소니로 태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김금산 :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영세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의 상사를 벤치마킹해 실현한 '수출입국'으로부터 '기술금융입국'으로 새롭게 전환하고 있는 한국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일본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50년을 향해 양국이 기술과 금융 양면에서 보다 긴밀하게 연대하여 아시아의 발전을 리드하는 주역이 되기를 바랍니다.
前도쿄신용보증협회 긴시쵸(錦糸町)·센주(千住) 지점장 사토 케이치씨(왼쪽), 아시아뉴스 김금산 대표(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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