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구인을 사랑하는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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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5일 아베 총리는 중의원 소신표명 연설에서 '지구의(地球儀)를 부감(俯瞰)하는 외교'(地球儀を俯瞰する外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표방하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50여개국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그런데 정작 이웃나라인 중국이나 한국과의 관계는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제사회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부감'이란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높은 곳에서 밑을 내려다 보는 것'이기 때문에 발밑을 잘 살피지 않으면 이웃나라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부실해질 수 있는 함정이 있다. 또한 국가 수장이 가볍게 50개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주로 정상회담에 역점을 두는 것도 각국의 인맥과 채널을 개척하는데 소홀해 질 우려가 있다.

対중국 외교면에서 아베 내각은 일견 냉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중국의 도발에 끌려다니고 있는 듯이 보인다. 예를들면, 중국은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다. 일본을 위협하여 일본 항공사에 비행계획서를 요구하면서 센카쿠 열도(尖閣列島)에 대한 일본의 실효 지배를 무시하는 '도발'임에 분명하다.

이 난관을 놓고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냉정한 척하면서, 오키나와의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를 헤노코(辺野古)로 이전시킨다는 기발한 해결책을 내놨다. '헤노코 이전'으로 미일 공조를 과시하여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은 처음부터 중국과 대립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했다.

정치 1번가 나가다쵸(永田町)는에서는 현재 '헤노코 이전'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은 착각이다. 과연 오키나와 주민들이 오키나와 역내 이전을 허용하겠는가? 분명 맹렬한 '반대운동'이 일어날 것이고, 만일 기동대가 투입되면 '유혈 사태'마저 촉발할 수 있다. 현재 일본 최대의 외교 상대는 오키나와 주민이다.

한편 유럽에서 화해가 이루어진 것은 과거를 직시하려는 독일의 자세가 주변국들에게 공감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월에 사망한 와이쯔젯카 전 대통령의 "과거에 눈을 감으면 현재도 보이지 않게 된다"는 연설이 상징하는 바와 같이, 지도자와 국민이 고통 가운데에서도 나치의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거듭해 온 것이 전후 독일의 역사이기도 하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방일 중에 "평화적인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계속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일본과 독일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타당치 않으나, 일본도 주변국과의 화해를 위한 노력을 거듭해 세계평화와 안정을 위해 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지구의를 부감하는 외교'를 재고해야만 할 것이다. 지구 전체 또는 세계를 두루 두루 살펴 편중됨이 없는 균형잡힌 정치관계와 국가관계를 구축하는 '지구인을 사랑하는 외교'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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