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구천동계곡(茂朱九千洞溪谷)+
신라 신문왕 때 백련선사(白蓮禪師)가 이곳에 초암(草庵)을 짓고 은거하고 있을 때였다. 그곳에 자기의 이름과 같은 하얀 연꽃(白蓮)이 솟아 나와 그 위에 절을 짓고, '백련암(白蓮庵)'이라 하였다. 불교 전성기 때에는 14개의 암자가 있을 정도로 사세가 융성하여서 9,000여명의 불도들이 도를 닦던 곳이어서 '구천동'이라 하였고 백련사는 '구천동사(九千洞寺)'라 불렸다.
+동계(桐溪) 정온(鄭蘊) 선생+
정온 선생은 선조, 광해, 인조의 세 왕대에 걸쳐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는 남명의 학풍을 이어받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동계가 46세 때, 광해군은 동생인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마저 폐출하려 하였다. 동계는 상소문에서 임금이 지금 패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직언하며 상소문을 올렸다. "그런 짓을 하시고 죽어서 무슨 낯으로 종묘에 들어가서 역대 선황들을 만나시겠소?" 광해군은 수라상을 발길로 걷어차고 상소를 가져온 시녀의 머리를 때렸다. 그 이후 '정온이 바른 말을 했다'고 동조하는 자는 같은 역적으로 몰렸다. 그러나 동계의 상소문은 언문으로 번역되어 읽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하며, 역졸들도 선생의 인품에 감복되고 극진히 보살폈다고 한다.
인조가 오랑캐에게 맨발로 엎드려 절을 했던 병자호란 때 동계는 오랑캐와의 화의를 적극 반대했으나 결국 화의가 성립되자 활복 자살을 기도하였다. 주욕신사(主辱臣死:임금이 욕보면 신하는 죽어야 한다)의 정신이었다. 그래도 죽지 않자 국은에 보답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고 덕유산 자락의 모리라는 곳에 은거하면서 백이숙제처럼 죽을 때까지 미나리와 고사리를 먹고 살았다. 고사리를 캐며 살았다고 해서 그 은거지는 고사리 미자를 넣어서 '채미헌'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진다. 요즘도 후손들이 동계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상에 반드시 고사리와 미나리를 올려놓는다고 한다.
(정조가 내린 현판)
日長山色碧嵯峨 種得乾坤正氣多 北去南來同一義 精金堅石不會磨
세월은 흘러도 산은 푸르고 높으며/정의로운 기운은 온 천지에 가득하네/북으로 가거나 남으로 오거나 의리는 매 한 가지/금석같이 정결하고 굳은 절개는 아직도 삭아 없어지질 않았다
(인조가 내린 현판)
'문간공동계정온지문(文簡公桐溪鄭蘊之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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