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수퍼그리드 구상을 설명하는 손정의 회장
일본어칭기즈칸이 말 달렸던 몽골 고비사막의 벽촌인 살크히트 울(Salkhit Ull).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70㎞ 떨어진 이 지역은 '바람의 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1년 내내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는 곳이다.
이 황량한 불모의 땅에 몇 년 전부터 거대한 바람개비를 닮은 풍력발전 터빈 수십여 개가 들어섰다. 거의 무한정한 바람을 전기로 바꿔 외국에 팔겠다는 몽골인들의 염원이 담긴 시설이다.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를 이웃인 중국은 물론 해저케이블을 통해 한국, 일본까지 끌어다 쓰겠다는 꿈을 쫓는 이가 있다. 그가 바로 일본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손 회장이 꿈꾸는 건 바람과 햇볕이 남아도는 몽골 사막에서 전기를 만들어 전력 사정이 나쁜 일본의 대도시에 공급하자는 계획이다.
몽골에 부는 바람을 모두 전력으로 바꿀 수 있다면 연간 8100TWh(테라와트·1조와트)가 된다. 일본의 연간 소비전력의 8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그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자연에너지재단'이란 단체까지 세웠다.
손 회장은 아시아 수퍼그리드(Super Grid)에 대해 "꿈처럼 들리겠지만 충분히 실현시킬 수 있는 계획"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이렇듯 장담하는 이유는 이 계획이 기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이미 밝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럽에선 오래전부터 바다 밑에 해저케이블을 깔아 전기를 주고받는 수퍼그리드망(網)이 가동돼 왔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수퍼 그리드 추진사례는 영국·독일·벨기에의 해상풍력, 노르웨이의 수력·독일북부의 지상풍력 등 서유럽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연계된 북유럽 슈퍼그리드를 꼽을 수 있다. (2020년 388억달러, 2030년 1343억달러, 2050년 3260억달러 등 총 4991억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다.)
남유럽-마그레브 슈퍼그리드는 사하라사막의 태양열·광 발전(Desertec Projet)를 지중해 연안국에 공급하는 것으로 2050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면적 1%로 태양열 발전시 지중해 연안국, 북아프리카 전체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총 7727억달러)
그랜드 인가 프로젝트는 콩고 잉가(Inga)댐의 수력발전 자원을 북으로 이집트 카이로에, 남으로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공급하는 것으로 이는 아프리카 전체 전력수요의 3배에 달한다. (총 3475억달러)
수퍼그리드의 개념이 출현한 것은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정부는 미국 북서부의 태평양 연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남캘리포니아까지 끌어온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의 반대에 부닥쳐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 60년대에 접어들자 당시 케네디 대통령이 수퍼그리드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실현시켰다.
한편 소프트뱅크와 손잡은 유럽의 '데서테크(Desertec) 재단'은 햇볕이 풍부한 북아프리카 사막과 바람이 거센 북유럽 지역을 고압전력망으로 연결해 유럽 전역에 재생가능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동북아 에너지 협의체 구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은 동북아 수퍼그리드 허브에 위치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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