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즘·음모론 극복을 위하여 "조언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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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 "나는 과시한다. 고로 존재한다."
日本語
음모론을 잘 믿는 사람들은 비교적 '상대적 박탈감'을 강하게 느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세상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존재한다고 믿는가 하면 이미 검증된 사실조차 의심하기도 한다. 혼자서만 그렇게 믿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본 관동대지진 때처럼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로 혐오감을 조장해 살육을 부추기거나 백신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켜 공중보건을 위협하고 인류를 멸종에 이르게 할 위험성도 있다.

영국 켄트대 심리학자 알렉산드러 시쵸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나르시시즘' 경향이 높은 사람일수록 '세상과 인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 음모론을 더 잘 믿는다고 한다. '나르시시즘'이란 '비현실적으로 부풀려진 과도한 자존감'을 말한다.

음모론은 '내 잘못으로 일이 잘 안 된 게 아니라 거대한 존재가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책임전가'의 여지를 제공한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기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정신적 승리가 필수적이다.

그들은 자신이 남보다 특별하고 우월하다는 인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남의 말을 의심하고 평가절하하는 사고방식도 매우 자연스럽다. 많은 음모론자들이 '뭘 모르는 너희들과 달리 난 진리를 잘 알고 있다'는 식의 우월감에 사로잡혀 무지한 사람들을 가르치겠다는 계몽적인 경향이 강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은밀한 세력이 있다는 '글로벌리스트 음모론'은 인류 역사에 있어서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다빈치 코드'나 움베르크 에코의 '푸코의 진자'에 등장하는 '성전기사단 음모론'에 닿는다. 십자군 전쟁 때 결성된 '성전기사단'은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 국왕 필립4세에 의해 이단·음란죄로 처형되고 재산이 몰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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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기사단

그 후로 살아남은 기사들이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하여 루이 16세를 처형했다는 음모론이 퍼졌다. 지금도 '성전기사단'이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라는 비밀결사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유령처럼 떠돈다. 아이작 뉴튼이나 조지 워싱턴 등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도 모두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일원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론도 있다. 1903년 러시아에서 처음 출간된 '시온장로의정서'는 반유대주의를 자극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비극을 초래했다. 후일 '시온장로의정서'가 러시아 스파이가 만든 위조 문서였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유대인의 세계 지배 음모를 주장하는 반유대주의의 대표적인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특정한 세력이 은밀히 세계 지배를 획책한다는 음모론은 미국에서도 그 뿌리가 깊다. 남북전쟁 이후 북부의 상공업자 '양키'들이 미국을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게 지배하려는 수단으로 만든 것이 바로 미국의 연방정부라는 주장이다.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남부의 백인들 사이에서 연방정부를 부정하는 이런 극우주의가 널리 퍼졌다.

우월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같은 음모론의 함정에 잘 빠져든다고 한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보다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이 세상에 해를 끼치듯 근거 없는 자신감과 우월감은 득보다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본래 나르시시즘은 '자기(Self)'를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상적인 정신작용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제대로 통과하려면 현실에 근거를 둔 스킬을 개발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취약점을 갖고 있고 세상은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남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 반대로 성취를 과장하거나 좌절을 맛보지 않은 채 모든 요구가 다 충족되는 삶을 살게 되면 강한 보상 심리 또는 특권의식이 깊이 자리잡게 된다. 과분한 평가나 찬사는 거짓으로 어떤 것도 성취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 주고, 과도한 자신감은 현실적 위험 부담을 고려하지 않게 한다. 이같은 지나친 나르시시즘이나 음모론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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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이란 귀와 눈과 마음을 다하여 듣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