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브래진스키 "과거사를 속죄하지 않는 일본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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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8/11]
최근 일본은 한국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치를 단행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또 다시 일본에 지지 않겠다며 상응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지난 주 일본은 일부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지만 상황이 해결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 반면 일본의 조치로 인해 이미 메모리칩 가격이 급등했고 세계의 기술 시장은 냉각되었다.

일본은 안보 문제를 수출규제의 이유로 거론하고 있으나 전문가들 대부분은 2차 대전 당시 일본 기업들의 강제노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따른 보복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양국은 과거청산 문제을 놓고 의견을 달리해왔다. 만일 이대로 과거의 잔학 행위가 청산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경제 갈등은 동아시아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서는 아무리 추한 역사라 하더라도 직시할 줄 알아야 한다.

종전을 앞두고 일본이 제국주의를 포기한 직후부터 한국처럼 식민 지배를 당한 나라에는 일본에 대한 강한 분노가 잔존해 있었다. 일본은 식민 지배와 2차 대전을 통해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위안부' 성노예와 한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강요하는 등 한국 문화를 단절시키려 했다.

1945년 미군이 한국과 일본을 점령했을 당시에는 일본 정부와 식민 지배 피해자들의 화해는 그다지 우선 과제가 아니었다. 미국은 과거의 분노를 청산하고 식민 시대에 존재했던 한·일간의 경제적 연대관계를 부활시키려 했다.

당시 미국은 공산주의 저지에 초점을 맞추었고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대처하기를 원했으며, 이에 따라 외교관들은 한·일 양국 정부가 역사 문제를 조속히 마무리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1965년 한국은 존슨 행정부의 지원 속에서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내걸고 전임자들보다 훨씬 더 일본과 타협할 의사를 갖고 있었다.

당시 한일협정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좋지 않았으나 박 대통령은 강력한 안보 이슈로 독재 정부를 통제하며여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협약은 새로운 한·일 경제관계를 형성하는데 성공적이었다. 일본은 8억 달러의 무상원조와 차관을 제공하고, 한국 정부는 식민 지배 및 전쟁에 대한 공식적인 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포기했다.

그로부터 20년 동안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개발 원조를 받는 한편 일본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자 투자처가 되었다.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상호 혜택을 누리는 가운데 한·일 양국은 역사 문제를 놓고 부딪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협정은 과거 일본의 잔학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양국 정부는 협상 당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이 일본 정부에게 보상을 요구할 권리를 무효화했다.

박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전쟁 피해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일시금을 받았으며, 이것으로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일단락된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에 걸쳐 한국이 군사정권에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중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들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협정이 국민들의 분노를 대체하는데 완전히 부적절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오늘날 2차 대전의 역사적인 불의가 아직도 국가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한국인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재정적 배상과 함께 일본 정부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후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새로운 협정을 체결했으나, 50년 전 박정희 정권과 마찬가지로 결함을 내포한 합의를 맺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한 재단에 10억엔을 지불하기로 했으나, 피해자들에 의해 거부되었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1월 전임 정권이 도출한 위안부 합의에 대해 무효를 선언하고, 그 대안으로 한·일 양국 기업이 출자하는 공동보상기금을 제안했으나 일본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최근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도 똑같은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 즉 일본 기업들도 2차 대전 당시의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은 단지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돈과 배상에만 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주의적인 한국 지도자들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는데 반일 정서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역사적 분노를 재점화하는 것은 유용한 정치적 무기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일본의 불성실한 반성 태도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일본 지도자들은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고 반성하는 성명을 수십차례 발표했지만, 그 직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거나 앞선 발언을 뒤엎는 듯한 언동으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일본 사회는 2차 대전 중 일본군이 자행한 일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데 실패했다. 독일과 달리 2차 대전의 만행을 교육하기 위한 공공 건물이나 박물관도 짓지 않았다.

특히 아베 총리는 역사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사과는 없다'며 전임자들에 비해 훨씬 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일간의 무역전쟁이 지역 및 세계 경제에 파문을 일으키기 전에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있지만, 분쟁이 해결되더라도 일본이 이웃과의 화해를 위해 좀더 일관되게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시아는 또다시 경제적 군사적 파국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역사 문제가 청산되지 않는 한 향후 번영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며, 그 고통을 다른 나라들도 같이 나누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