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노벨평화상 수상식】사로 세츠코(Setsuko Thurlow) 씨 연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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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N 활동가•히로시마 피폭자 사로 세츠코(Setsuko Thurlow), 오슬로(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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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폐하와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의 저명하신 회원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동료들과 전 세계의 동료 운동가 및 신사숙녀 여러분.

ICAN 운동을 펼치고 계시는 저명하신 모든 분들을 대신하여 베아트리체 핀 사무국장과 함께 이 상을 받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우리는 핵무기 시대를 종결지을 수 있고 종결지을 것이다'는 큰 희망을 제게 안겨주고 계십니다.

좌시하지 않겠다

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로부터 기적처럼 살아남은 피폭자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는 70년 이상 핵무기 폐기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우리는 이 가공할 무기 개발과 실험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전 세계의 사람들과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핵 실험이 있었던) 무루로아, 에겔, 세미 팔 라틴스크, 마라린가, 비키니 등 오랫동안 잊혀진 땅의 사람들과 육지와 바다가 방사선에 노출되고 인체실험으로 희생​​되고 영원히 문화가 파괴된 사람들과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피해의식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한 순간에 사라질지도 모르는 종말과 서서히 오염돼가는 지구를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른바 강대국들이 무자비하게 우리들을 핵의 황혼으로부터 밤중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공포에 떨 수만은 없었습니다. 우리는 떨쳐일어나 살아남은 경험을 같이 공유하며 인류와 핵무기는 공존할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절규 소리가 들렸다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께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들의 존재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구름떼 같은 수십만의 영혼들을 몸으로 느끼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갖고 있었으며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확신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최초의 원폭이 제가 살던 히로시마에 투하되던 날 저는 불과 13세였습니다. 지금도 그날 아침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8시 15분 창에서 들어온 푸르스름한 백색 섬광에 눈이 멀었습니다. 몸은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깨어보니 무너진 건물 속에 끼어 꼼짝달싹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들의 절규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려왔습니다. "엄마 도와줘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그때 갑자기 제 왼쪽 어깨에 손이 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포기하지 말라. 힘내라. 도와줄께. 저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보이느냐? 거기로 빨리 기어올라가라." 누군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기어올라가니 무너진 건물이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그 건물 안에 있던 친구들은 대부분 산 채로 불에 타 죽었습니다. 제 주변은 완전히 폐허로 변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유령처럼 줄을 지어 다리를 질질 끌며 지나갔습니다. 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입고 있었습니다. 화상으로 검게 타 피를 흘리며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신체의 일부가 없거나 살과 피부가 뼈에 데롱데롱 매달려 있기도 하고 튀어나온 눈깔을 손에 받쳐들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배가 터져 창자가 밖으로 쏟아져나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시체 타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진동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사랑했던 도시는 폭탄 한방에 사라진 것입니다. 주민들 대부분은 비전투원이었으며 그들은 모두 불에 타 숯덩이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 가족과 351명의 친구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어리석음을 용서할 수 없다

그후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 방사선 후유증으로 인해 예측 불능한 원인불명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망했습니다. 지금도 방사선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히로시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시 4살짜리 제 조카 에이지(英治)의 모습입니다. 왜소한 몸이 고깃덩어리처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녹아내렸습니다. 죽음으로 고통에서 해방 될 때까지 희미한 목소리로 물이 마시고 싶다고 애걸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순진한 어린이들이 핵무기의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제 조카는 이런 세상 아이들을 대표하는 존재입니다. 핵무기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소중한 모든 것들을 위태롭게 합니다. 우리는 더 이상 이 같은 어리석음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고통을 통해 그리고 생존과 폐허로부터 복구를 위한 몸부림을 통해 우리 피폭자들은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파국을 초래하는 이런 무기들을 세계 앞에 경고해야 합니다. 그렇게 거듭 증언해왔습니다.

그러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폭격을 잔학행위, 전쟁범죄로 간주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정의의 전쟁'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좋은 폭탄'이었다는 선전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허구 선전은 파멸적인 핵 군비경쟁을 초래하여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9개 나라가 도시를 잿더미로 만들고 지구상의 생명을 파괴하여 아름다운 세상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가 살 수 없게 하겠다며 위협하고 있습니다. 핵무기 개발은 국가의 위대성을 높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어두운 악마의 나락으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무기는 '필요악'이 아니라 '절대악'입니다.

종말의 시작

올해 7월 7일 세계 대다수의 국가들이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에 찬성했을 때 저는 말할 수 없이 기뻤습니다. 지난날 인류 최악의 모습을 경험한 바 있으나, 이 날은 최고의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우리 피폭자들은 72년 동안 (핵무기가) 금지되기를 학수고대했습니다. 이것을 핵무기 종말의 시작으로 삼읍시다.

책임감이 투철한 지도자라면 반드시 이 조약에 서명할 것입니다. 서명을 거부하는 자는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그들의 행동이 대량학살로 이어지는 현실을 더 이상 추상적인 이론으로 합리화할 수 없습니다. '억지력'이 '군축에 대한 억지력'으로 둔갑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더 이상 공포의 버섯구름 아래서 살지 않겠습니다.

핵무장 국가의 당국자들과 이른바 '핵우산' 아래 보호받는 공범자들에게 고합니다. 우리의 증언을 들으시오. 우리의 경고를 마음에 새기시오. 그리고 자기 행위의 위중함을 자각하시오. 당신들은 모두 인류를 위태롭게 만드는 폭력시스템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들입니다. 우리는 악의 상투적 습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대통령과 총리에게 호소합니다. 이 조약에 참여하십시오. 핵으로 인한 멸망의 위협을 영원히 제거해 주십시오.

빛을 향하여

저는 13살 때 연기 자욱한 잔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빛을 향해 전진했습니다. 그리고 살아 남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핵무기금지조약은 빛입니다. 이 자리에 계시는 여러분들과 전 세계에서 보고 계신 여러분들께 제가 히로시마의 잔해 속에서 들었던 소리를 거듭 반복합니다. "포기하지 말라. 힘내라. 빛이 보이는가? 그곳으로 기어올라가라."

오늘밤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오슬로 거리를 행진하며 핵의 공포라는 어두운 밤으로부터 벗어납시다. 어떤 장애물에 부딪치더라도 우리들은 끊임 없이 전진할 것이며 사람들에게 빛을 나누어줄 것입니다. 이 빛은 오직 하나 밖에 없는 이 세계의 생존을 위한 우리들의 열정이며 맹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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