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年12月07日

【생명의 비자】 양심의 법을 존중한 스기하라 지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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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쉰들러로 불리는 스키하라 지우네(杉原千畝)씨는 전통적인 사무라이 가문에서 태어나, 1919년에 와세다대학 고등사범부 영어과를 중퇴하고 1924년 외교관이 된 해에 정교회로 개종했다.

1939년 제2차 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에 러시아와 인접한 리투아니아의 일본영사관 영사대리로 부임했으며, 이듬해 독일군이 폴란드를 점령하자 유대인 난민들이 영사관으로 몰려온다. 당시 리투아니아를 점령하고 있던 소련은 각국 영사관, 대사관의 폐쇄를 통지했으나 일본영사관은 마지막 순간까지 비자발급 업무를 계속했다.

조국 폴란드에서 탈출한 유대인 난민들은 하루에 100여명씩 일본영사관 앞에 모여 일본 통과 비자를 발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스기하라씨는 즉시 외무성에 비자발급 허가를 요청하는 전보를 쳤으나 세 번 모두 묵살당한다.

그대로 두면 그들은 모두 수용소에 끌려갈 것이다. 인도주의에 입각할 것인가, 정부의 훈령에 따를 것인가, 밤새 고민한 끝에 마침내 그는 본국의 명을 거슬러 비자를 발급해 주기로 결심했다. 사람의 법보다 양심의 법에 따르기로 결정한 스기하라씨는 아침 일찍 영사관 문을 활짝 열어졎혔다.

그로부터 28일간 하루 20시간씩 비자를 직접 쓰고 도장찍기를 반복하며 팔이 굳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팬을 놓지 않았다. 자격조건을 대폭 완화해 무자격에 가까운 사람들까지 받아들여 막판에는 하루에 300장 이상 발급하기도 했다. 또한 영사관이 폐쇄돼 리투아니아를 떠나는 순간에도 열차안에서 비자를 발급했으며, "죄송합니다. 더 이상 쓸 수가 없어요. 여러분의 무사를 기원합니다"라고 머리숙여 사과하고 자신의 서명과 낙관만 찍고 서류와 도장을 밖으로 던져 유대인들이 비자를 완성하도록 했다.

이와같이 일명 '생명의 비자'로 구출된 유대인은 적어도 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반면에 이듬해 리투아니아가 독일군의 수중에 떨어져 나치와 현지인들에 의해 희생당한 유대인은 2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생명의 비자'를 받은 유대인들은 블라디보스톡과 일본의 항구도시 쓰루가(敦賀)•고베(神戸)를 경유해 상해에 도착했다. 한편 스기하라씨는 체코영사관에서 근무하던 중에 체포되어 수감되었다. 후일 일본으로 송환되어 비자발급의 책임을 물어 외교관직을 박탈당하고 평생 전구를 팔며 가난하게 살았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난 1968년 드디어 리투아니아에서 보여준 헌신에 대한 보상을 받을 날이 찾아왔다. 그 당시 비자를 발급받았던 니슈리씨가 재일이스라엘대사관의 참사관으로 부임하여 두 사람이 극적으로 재회한 것이다. 그 때 니슈리씨가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은 너덜너덜해진 '생명의 비자'였다.

그 순간 스기하라씨는 자신의 행위가 헛되지 않았음을 알았고 지금까지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리투아니아역을 떠날 때 유대인들이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한번 당신을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외쳤던 민족으로서의 약속을 그들이 지킨 순간이기도 했다.

1985년 이스라엘 정부는 스기하라씨에게 야드바셈상과 '열방의 의인'이라는 칭호를 수여했다. 수상 메달에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과 같다"는 탈무드의 인용문이 새겨져 있었다.

일본 정부가 스기하라씨의 명예를 공식적으로 회복시켜 준 것은 그의 사후 14년이나 지난 2000년이었다. "故스기하라씨는 지금으로부터 육십년 전 나치의 유대인 박해라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용기있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인도적 측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나는 이렇게 훌륭한 선배가 계셨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2000년 10월 10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외무장관)

'생명의 비자'는 내년에 유네스코 '기억유산'으로 신청돼 2017년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에서 심사될 예정이다.

한편, 금년 9월 3일 개최된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즘 승리 70주년' 행사를 계기로, 상하이에 피난해 온 3만명에 가까운 유대인 난민에 관한 자료를 모은 '상하이 유대인 난민 기념관'에서 스기하라 지우네씨 관련 전시품이 대부분 말소되고 있다. 또한 "일본군은 유대인 난민들에게 잔학행위를 했다"며 역사왜곡까지 진행되고 있다.893.jpg
종전 70주년 기념 영화 '스기하라 지우네' 12월 5일부터 전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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